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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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자고 즐겁게

2021-02-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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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평소 같지 않다고 느낀 남성이 아내를 데리고 가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게 했다. 그리고 이틀 후 의사가 전화로 결과를 알려왔는데 문제가 좀 생겼다.

“부인의 검사결과와 다른 환자 검사결과가 섞였습니다. 부인이 코비드-19에 걸린 건지 알츠하이머에 걸린 건지 알 수가 없네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남편이 묻자 의사가 아이디어를 주었다.


“두 분이 멀리 산보를 가서 부인을 버려두고 오세요. 만약 부인이 집을 잘 찾아오면 절대 문을 열어주지 마세요.”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에 나온 알츠하이머 조크다. 미 전국 사망자가 47만 명에 달하는 코로나바이러스도 무섭지만 노년층의 가장 보편적 두려움은 알츠하이머 혹은 치매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배우자와 자식들도 알아보지 못한 채, 가족들에게 크나 큰 고통을 주면서 생의 마지막을 보낸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미국에서 알츠하이머 환자는 500여만명 정도, 2050년이 되면 숫자는 거의 3배가 늘어 1,4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알츠하이머 협회(AA)는 보고 있다. 그런데 알츠하이머 연구가 계속되면서 밝혀진 사실이 있다. 과거에는 기억상실 증상이 나타나면서 치매가 시작되는 것으로 알았는데, 사실은 첫 증상이 나타나기 20~30년 전에 이미 병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 긴 세월 동안 병이 뇌 안에서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인데, 본인도 모르는 이런 초기 단계의 예비 알츠하이머 환자가 미 전국에 4,600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65세 이상 고령층은 누구도 안심할 수가 없다. 치매 예방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하는 데, 무엇을 할 것인가. 정답은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것.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이다.

알츠하이머 권위자로 꼽히는 리처드 아이작슨 신경전문의는 인지능력을 유지/개선하고 알츠하이머 발병위험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건강한 생활방식을 꼽는다. 알츠하이머 케이스 3건 중 한건은 지병 관리와 함께 라이프스타일을 건강하게 바꿈으로써 예방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이작슨이 알츠하이머 전문의가 된 것은 집안에 알츠하이머 환자가 삼촌 등 4명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병으로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얼마나 고통을 겪는지를 지켜본 그는 자신처럼 아직 기억상실 증상은 없지만 가족력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예방에 집중해왔다.

그가 제시하는 바람직한 생활방식은 7가지. 첫째는 건강한 식생활이다. 뭘 먹는지가 그 사람을 만든다는 말 그대로다. 뇌 건강에 좋은 식사로 그는 지중해식 식사를 추천한다. 잎채소, 과일, 야채는 많이, 통 곡물을 적당히, 기름진 생선과 견과류, 올리브유를 주로 하는 식사다.


다음은 운동. 허리둘레와 치매 위험은 비례한다. 배가 많이 나올수록 뇌 안의 기억 센터는 쪼그라든다고 아이작슨은 말한다. 매주 3~4번 총 150분 이상의 운동이 권장된다. 아울러 매일 7시간 반 이상 푹 잠을 자고, 술을 적당하게(매주 여성은 4~7잔, 남성은 7~10잔) 마시며, 사람들과 자주 즐겁게 어울리며 대인관계를 잘 유지할 것을 추천한다.

이어 권장되는 것은 음악 감상, 직접 연주하면 더 좋다, 아이작슨은 동료 신경전문의들과 함께 밴드를 만들어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마지막은 새로운 취미나 기술을 배움으로써 뇌의 여러 다른 부분들을 사용할 것. 아이작슨은 포케몬 GO 게임에 푹 빠져있다.

결국 잘 먹고 잘 자고 즐겁고 재미있게 지내노라면 치매도 예방된다는 말이 된다. 즐겁게 살라고 태어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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