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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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체면

2021-01-25 (월) 문성길 의사 /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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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전쟁이나 회담 시에 아무래도 추가 한쪽으로 기울어짐이 분명해질 때 체면과 실용 면에서 늘 두 의견들이 대두되어 특히 약세 쪽에서 척화론과 화평론이 있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예가 김상헌의 척화론(척화파), 최명길의 화평론(주화파), 병자호란 때의 예일 것이다. 두 분 다 충신들, 훌륭하신 분들이다.
일이 당장 터지면 수습이 그렇게 이론대로 간단하지 않으니 호미로 막을 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옛 말은 늘 준비해두라는 경구일 것이다.

러시아의 피터 대제처럼 외국의 발전된 문물을 배우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견습단에 참가해서까지 국가발전에 심혈을 기울이진 못해도 최소 정신적 지주로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심어는 주는 그런 지도자가 어느 나라건 필요하다 하겠다.
굴복하느니 다 죽더라도 끝까지 항전하자는 결의(멸사항전 정신)는 상대국 적국에게도 호락하지 않다는 섬득함을 느끼게 할 것이며 후에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나라이며 그 백성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한편 실리를 취해 항복과 더불어 화평을 추구한다면 당장의 큰 손실은 일단 모면할 수 있겠으나 약점이 노출되어 훗날에도 계속되는 압박이 예견될 것은 자명하다 하겠다.

이런 예들은 비단 우리나라의 경우만은 아닐 것이다. 약소국들의 설움이 여기저기에서 있어왔던 것을 우리들은 세계사에서 보아온다. 핀란드가 그랬고, 불가리아, 루마니아, 폴란드 등 제국이 그랬다.
민주주의 모범국이라던 미국에서 바로 보름여 전 소위 ‘친위 쿠데타’ 성격의 반란으로 민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이 폭도들에 무참히 유린당하고 간발의 차이로 선량들의 목숨이 경각의 지점에서 안전해졌다.


선거전부터 선거를 불신하며 그 후로도 계속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거짓말로 지지자들은 물론 일반국민들에게 세뇌교육을 해왔으며 당일(1월 6일)에는 선동을 주도해 유례없는 4년 단임에 두 번씩이나 대통령 탄핵을 받는 초라한 독재자의 말로, 어느 곳도 퇴임 후 그를 반기는 곳 하나 없는 신세로 전락된 현실이 되고 말았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맑은 연못을 순식간에 흙탕물로 만들어놓은 꼴이 바로 이번 경우일 것이다.

이런 판국에 고국에선 한일 간의 숙제가 무수히 풀리지 않은 상태, 이임하는 한국 대사를 일본 총리가 예방인사를 마다하는 형편이다. 미국도 새 정부가 들어서며 어차피 교체될 주한 미국대사가 이임인사차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과 팔꿈치 악수하는 모습을 신문보고 알게 되니 이건 아니다, 싶다하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쓴 계기가 된 것이다.

마땅치 않으면 인사도 받질 않는 나라가 있는 반면 감히 일국의 대사(재임시 그동안 그가 해온 언행으로 보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행동이지만) 팔꿈치 인사를 일국의 대통령과 주고받다니, 어이가 없다. 그 정도로 절친했었단 말인가? 허허 기가 찰 노릇이다.

<문성길 의사 / 전 워싱턴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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