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상실과 빈부 격차 다룬 인도영화
2021-01-22 (금)
박흥진 편집위원
▶ 박흥진의 영화이야기…‘백 호랑이’ (The White Tiger) ★★★★(5개 만점)
▶ 계급차이와 부패 정치인도 비판, 배신과 복수와 살인의 드라마
충실한 운전사 발람이 주인 아쇽과 그의 아내 핑키를 태우고 운전을 하고 있다.
제목은 어릴 때부터 총명해 학교 선생으로부터 “너는 커서 희귀종인 백 호랑이와 같은 인간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은 인도의 천민인 주인공 발람(아다쉬 구랍)을 일컫는 말이다. 복잡다단한 얘기가 치밀하게 교직된 흥미진진한 인도영화로 빈자에서 부자로 수직 상승하는 드라마인데 이 과정에서 인도의 계급과 빈부 차이 그리고 부패한 정치인들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하려고 해 다소 부담이 가지만 주인공의 순수의 상실과 빈자의 부자에 대한 증오 그리고 복수와 살인의 얘기가 약간 고약한 유머와 함께 알차고 재미있게 진행된다.
영화는 2007년 델리에서 시작된다. 미국서 공부한 부자 집 아들 아쇽(라지쿠마 라오)의 운전사인 발람을 차 뒷좌석에 앉힌 채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은 아쇽과 역시 미국서 자라 공부한 만취한 아쇽의 아내 핑키(프리얀카 초프라 조나스)가 차를 몰다가 행인을 치어 죽이고 뺑소니를 친다. 이어 3년 후 장소는 방갈로로 옮겨져 택시 사업으로 성공한 발람이 으스대며 인도에서 사업에 성공하는 비결을 말한다. 영화는 이 두 시간대를 통해 발람의 성장과정과 그가 아쇽의 운전사가 된 연유와 그와 아쇽의 가족과의 관계 그리고 그가 어떻게 해서 사업가로 성공했는지를 설명한다.
할머니 밑에서 자란 천민 발람은 약아빠질 정도로 영리한 사람으로 평생 꿈이 동네 지주 스토크(마헤쉬 만지레카)네 운전사가 되는 것. 동네 주민들의 수입의 3분의 1을 갈취하는 부패한 스토크가 포악한 장남 몽구스(비자이 마우리아)와 막 미국서 아내와 함께 귀국한 아쇽과 함께 동네에 온 날 발람은 아쇽의 운전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룬다.
발람은 온갖 감언이설과 아첨하는 눈길로 아쇽의 마음을 사면서 아쇽의 총애를 받는다. 한편 미국서 어렵게 성장해 성공한 핑키는 아쇽의 노예근성을 깨우쳐 주려고 애쓴다. 이와 함께 스토크 일가가 여러 정치인들에게 돈뭉치가 든 가방을 든 전달하는 모습을 통해 경제적으로 붐을 맞고 있는 인도의 부자와 정치인들의 결탁과 부패가 신랄하게 비판된다.
아쇽의 운전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만족 해 하는 발람에게 스토크가 사람을 치어 죽이고 뺑소니를 친 아쇽의 죄를 뒤집어쓰라고 요구하면서 발람의 가슴 속에 있던 부자에 대한 증오심이 고개를 든다. 이어 발람의 아쇽에 대한 역습이 일어난다. 영화는 배신과 환멸과 살인과 간악한 설득과 협박과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를 오히려 경쾌하게 그리고 있다. 연기들이 다 좋은데 특히 구랍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다. 그의 교활할 정도로 약삭빠른 연기가 돋보인다. 촬영도 다채롭다. 라민 바라니 감독.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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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