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옛 속담에 ‘엉킨 실타래는 당기지 마라’는 말이 있다. 억지로 잡아당길수록 더 꼬이게 된다. 그렇다고 칼로 잘라서도 안 된다. 실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엉킨 것을 풀기 위해서는 더욱더 느슨하게 ‘풀어줘야’한다는 옛 어른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알렉산더가 페르시아 원정 중 프리기아라는 나라에 도착했을 때의 일이다. 프리기아의 수도 고르디움에 복잡하고 단단하게 묶인 매듭이 있었는데, “이 매듭을 푸는 자 세계의 왕이 되리니”라는 전설이 있어 많은 사람이 도전했다.
그러나 한 사람도 풀지 못했다. 그 소문을 들은 알렉산더는 단칼에 그 매듭을 절단했다. 그 뒤부터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었다’는 말은 ‘난해한 문제를 해결했다’는 동의어로 널리 쓰이게 됐다.
후세의 말에 의하면 알렉산더가 제대로 매듭을 풀지 않고 칼로 절단했기 때문에 알렉산더 사후 그의 제국이 분열되었다는 얘기도 있다는 속설도 있다.
여기서 매듭은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며 얽히고 설켜서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알 수 없는 문제를 말한다.
매듭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여 몰입을 유도하는데 사용될 수 있으며, 현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성인들에게도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매듭짓도록 하는 매체로써 활용될 수 있다.
매듭의 작업은 손으로 끈을 꼬거나 묶는 등의 반복적 실행 작업 중 하나이다. 매듭을 짓는 반복적인 표현은 내면에 억압되어 있는 에너지를 자연스레 외부로 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효과적이다.
반복적인 행위를 통한 매듭 형태의 반복 그 자체에서 오는 안정적인 리듬의 흐름에 절로 몰입하게 되고 심적 균형을 이루게 하여 심리적 안정감을 형성한다. 또한 매듭작업의 반복은 시선을 매듭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시각적 효과가 이러한 심리적 변화를 꾀하게끔 하는 것이다.
매듭을 통해 직접 자신의 문제를 마무리하도록 하는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도록 돕고 그 문제를 차츰 풀어나가는 과정으로까지 연결해 문제해결은 결국 자신이 스스로 문제를 만나 해결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시킨다. 반복 표현을 통한 매듭 형태의 반복은 중첩이라는 겹치거나 포개짐의 효과를 나타내고 그에 따라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게 된다.
즉, 매듭의 층이 형성되면서 층과 층 사이의 깊이에 의해 공간감도 함께 형성되는데 이 공간은 경험적 공간 즉 인간심리적인 공간과 촉각적인 공간이 된다.
꼭 전통매듭이 아니더라도 그 매듭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여러 특성을 고려하여 작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활용을 하는 데 있어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
매듭 자유연상 작업
▲준비물: 여러 종류의 실(따뜻한 느낌과 차가운 느낌의 다양한 소재의 실 준비), 나뭇가지, 노끈, 다양한 종류의 끈 등의 콜라주 재료.
▲순서: 눈을 감고 자유롭게 연상되는 것들을 떠올린다. 다양한 종류의 실과 끈과 콜라주 재료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여 느끼고 떠올렸던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해본다.
▲기대효과: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다양한 끈과 재료들을 이용하여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매듭의 크기나 묶거나 조인 방법을 관찰하고 피드백하면서 내담자의 상태 및 힘의 역동을 파악할 수 있다. 모든 심리치료의 관건은 내담자 스스로의 자가인식과 깨달음을 통한 일상에서의 자기변화 수행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문의 yun847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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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윤선 / 미술치료 전문가 센터빌,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