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지난 2020년을 최악의 해로 꼽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 연말엔 많은 이들이 ‘2020년아 빨리 가버려라’를 외쳤고, 2020년을 되돌아 보는 한 다큐멘터리의 도입부에선 한 출연 배우가 ‘대체 왜 그딴 걸 하느냐’며 농담 섞인 대사를 제작진을 향해 던진다. 이렇듯 많은 이들에게 안 좋은 기억을 남긴 2020년이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한인사회엔 뜻밖의 온정이 꽃 핀 한 해였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타인을 위해 돈을 기부한 한인들이 곳곳에 많았다. 한 예로 지난달 LA 한인타운 구세군 자선냄비 2020년 겨울 모금액은 총 5만4,756달러로 2019년의 4만2,552달러보다 오히려 28%나 늘어났다. 지역 경기는 바닥이고 방역 통제로 인해 자선냄비를 두 곳 밖에 설치할 수 없는 등 2019년보다 크게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의외의 한인 기부액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익명의 LA 지역 한인 업주와 또 다른 한인 모녀가 각각 1만 달러씩 거액을 쾌척했고, 손편지와 함께 300달러, 500달러를 기부한 한인들도 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이들이 10달러든, 100달러든 주머니에 있던 쌈짓돈을 남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했다.
또 지난해 LA 한인회에서 수백달러씩의 생활비나 렌트비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구호기금 프로그램이 무려 4차에 걸쳐 진행됐는데, 이는 많은 기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양한 한인 기업과 독지가들이 보낸 기부금으로 약 44만 달러 이상의 기금이 조성된 것이다.
AG 구우율 대표, 이석 황손과 앤드류 이 황세손 가족, 인경 세일씨, 한국 잠실교회를 비롯한 7곳 한국 교회, 나성영락교회, 안병찬 CPA, 벤추라 열린문장로교회, 토랜스 은혜로교회, 롤링힐스 거주 홍종대씨, 로드아일랜드 티버톤 거주 김영호씨, 오픈뱅크, 갤러리아마켓, 고려대남가주교우회와 고려대국제재단, CBB은행과 조앤 김 행장, 익명의 독지가 등 각계 각층에서 다양한 액수의 기부금이 도착했다.
이외에도 KYCC의 도시락 배달, LA 한인회의 각종 정부 지원 프로그램 신청 대행 서비스 등 한인 단체들의 다양한 활동도 눈에 띄었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마당에 남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나누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요즘과 같이 업주든 직장인이든 어려운 시기에 말이다. 그들의 선한 나눔에 박수를 보내며 올해도 한인사회에 또 다른 온정이 꽃 피길 기대해 본다.
<
한형석 사회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