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기독교도들이 그들의 구세주인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리는 날이다. 2020년 크리스마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구세주의 탄생이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해이기도 했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에 의해 전염되는 전염병 창궐로 인한 인류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했던 한 해였기 때문이다. 나도 중요하지만, 너도 중요하다. 모임이 없으면 문화도 없고, 경제도 없고, 나아가 사회조차 성립될 수 없음을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확연히 보여준 한 해였다.
베이지역의 모두 문화행사는 대부분 취소됐고 소규모 모임으로 가능했던 종교 행사나 전시회, 심지어 결혼식이나 장례식같은 경조사조차도 정상적으로 치러지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겪었다. 한마디로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정치가 따로 없는 혼돈과 서로의 간극이 무너져 버린 무질서의 한 해였다. 2020년의 끝자락에서 돌아본 한 해는 행사 없는 문화, 문화 없는 일상의 연장선이었다. 오직 사이버 속에서만 가능했던 각종 공연과 전시회들… 종교모임 등은 사람들의 감성을 뜨악한 물질 속의 괴물로 몰아갔다.
COVID 19속에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갈렸고 한국에서도 각종 선동과 진영논리 속에서 정치적인 불안정과 경제 파탄을 겪었다. 종교는 종교대로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며 자비의 실천보다는 네 편 내 편으로 갈려 헐뜯기에 바빴다. 특히 종교 단체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환자들을 양산한 것은 그들의 주장대로 아무리 신의 뜻이라고 하더라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민폐였다. 2020년의 크리스마스는 신자가 되기는 쉬워도 그 자격과 사랑 실천은 결코 입으로 될 수 없다는 것을 가슴 속에 되새기는 크리스마스였기를 기대해 본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사람들은 카드를 보내고 선물을 주고받는다. 카드를 보낸다는 것은 타인의 안녕을 기원하고 관심을 나타내는 행위를 말한다.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더욱 큰 의미에서 물질로 대신한 사랑의 표현이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사람들은 또 음악회를 열거나 연극 등을 통해 성탄의 의미를 되새긴다. 음악회나 공연장에 가는 것은 단순히 모임에 참가하여 예술을 즐기는 것이기에 앞서 마음가짐의 추스림을 말한다. 사람이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처신한다는 것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남을 먼저 대접하라’는 크리스마스 주인의 말처럼 자기희생이 따르는 행위이기도 하다.
21세기는 종교가 문화를 저격하고, 문화가 종교를 저격하는 악순환과 갈등… 자기 것만 옳다고 주장하는 진영 논리 속에서 결코 쉽게 벗어나지 못할 한 세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교는 종교끼리 대립할 것이며 또 그 안에서 서로 옳다고 대립할 것이다. 문화는 문화대로 고질화 된 개성과 고립주의를 택할 것이며 크리스마스와 부합되지 않는 마이웨이를 택할 것이 분명하다. COVID 19는 불행 중 다행히도 우리의 마이웨이 정신이 결코 멋진 문화 정신인 것만도 또 자신뿐만 아니라 남의 행복에도 절대 부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문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2020 크리스마스… COVID 19로서 기억될 2020년의 크리스마스는 성소의 휘장이 찢어지고, 모든 종교와 율법이 있기 전에 하나였던 인류… 종교도 문화의 힘도 아닌, 오직 사랑으로만 가능했던 크리스마스 정신을 되찾는 특별한 크리스마스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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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