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협상 안 되면 나쁜 일 벌어질 것”
▶ 제한적 선제 공격서 전면전까지 검토
▶ 이란, 군시설 강화… 전쟁에 무게 둔 듯

미 군사력 중동 집결, 미국 해군의 니미츠급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오른쪽) 를 비롯한 항모전단이 6일 이란으로 향하는 길목인 아라비 아해 해상을 지나가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19일 중동 지 역에 총 12척의 미 해군 전투함이 배치된 사실을 확인했고, 또 다른 미 항공모함인 제럴드 R 포드함도 이란을 향해 항 해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 해군 제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핵 합의가 안 된다면 "정말 나쁜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며 "핵 협상을 위해 남은 시간이 10~15일"이라고 최후 통첩을 띄웠다. 기한 내 핵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란을 향한 미군의 군사 작전 개시를 사실상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현재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중동에 집결시켰고,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이 떨어지면 이란에 대한 즉각적인 타격이 가능할 정도로 준비 태세가 갖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이란에 '2주'의 시한을 제시한 뒤 이틀 만에 기습 작전을 감행한 적이 있어, 그보다 일찍 군사작전 명령을 내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워싱턴의 평화연구소에서 열린 평화위원회 첫 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이란과) 의미 있는 합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며 "아마도 우리는 합의를 할 것이다. 여러분은 아마도 앞으로 열흘 안에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조지아주로 향하는 대통령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도 "10일이나 15일이 거의 최대 한도"라며 "우리는 핵 합의를 얻어 내든지 아니면 그들에게 매우 불행한 일이 생기든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위 보좌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對)이란 공격 카드를 여러 차례 제시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하면 며칠 내로 수행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특히 WSJ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리한 핵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이란에 '코피 작전(bloody nose strategy)'으로 불리는 제한적인 선제 공격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일부 군사시설과 정부기관을 선제 공격해 이란을 압박,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핵 합의를 도출하려는 전략이다.
다만 미국의 이 같은 전략에도 이란이 핵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광범위한 전면전을 통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축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을 점차 강화할 수 있으며, 소규모로 시작해 이란 정권이 핵 활동을 해체하거나 정권이 붕괴할 때까지 더 큰 공격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삼는 전면전은 1주일 정도로 고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도 미국과의 전쟁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유엔대표부는 이날 자국이 공격받을 경우 "해당 지역 내 '적대 세력'의 기지, 시설 및 자산을 합법적 표적으로 간주하겠다"고 유엔에 통보했다. 이란 대표부는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강경 발언은) 군사적 공격의 실질적인 위험을 시사한다"며 "미국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통제할 수 없는 모든 결과에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이미 핵 협상 결렬 이후 미국의 선제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국가 시스템도 전시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방송은 최근 공개된 위성 사진을 토대로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전쟁 위협이 커지자 이란은 민감한 군사 시설에 콘크리트 차폐막을 건설하고 흙으로 덮는 작업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이란 지도부가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건 이번 핵 협상을 ‘정권을 위협하는 함정’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이란이 미국과의 대화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 ①미국이 2015년 핵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재개했고 ②지난해 핵 협상 중 이스라엘의 공격을 용인하고 직접 이란 핵시설을 폭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 가능성에 국제유가는 요동쳤다. 동부시간 이날 오후 4시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2.24% 급등한 배럴당 66.65달러에 거래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국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한 전날 이미 브렌트유와 WTI 선물 종가 모두 지난달 30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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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박지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