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하원안보다 규모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코비드19 경기부양안이 통과된 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강조하며 취임 후 의회에 추가부양안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 실현 가능성은 조지아에 달렸다. 정확히 말해 차기 상원 주도권의 향방이 결정될 새해 1월5일 조지아 주 연방상원 2석의 결선투표다. 둘 다 공화당인 현직의원 데이빗 퍼듀와 켈리 뢰플러에게 민주당의 존 오소프와 라파엘 워녹이 만만치 않은 기세로 도전하고 있다.
공화당은 퍼듀나 뢰플러 중 한 명만 재선되어도 계속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그건 공화당 상원이 바이든이 원하는 대규모 추가부양안에서부터 내각 인선에 이르기까지 상당수 바이든 어젠다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뜻이다.
오소프와 워녹 두 후보가 다 이긴다면 민주당은 백악관과 상하 양원의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10년 만에 ‘민주당 천하’를 맞게 된다. 50대50으로 공화당과 동수이지만 상원의장을 겸임하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동률 표결에서 결정표를 행사할 수 있으니 실제적으론 다수당이다.
추가 부양안과 내각 인선에 더해 경제 활성화. 헬스케어, 기후변화에서 세금과 기간시설에 이르기까지 할 일 많고 갈 길 급한 새 대통령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정운영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친화적 정치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새 행정부 주요 어젠다의 운명이 걸린 민주당도, 백악관을 잃고 마지막 ‘보루’를 사수하려는 공화당도 전력투구하지 않을 수 없는 선거라는 것은 양당 실세들의 줄줄이 이어지는 지원 유세에서도 드러난다. 바이든과 해리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주와 이번 주 현장 유세에 나섰고, 12월 초 다녀간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날 다시 조지아를 방문한다.
현재 판세는 두 선거 모두 예측불허의 막상막하다. 조지아가 다양한 인구 유입과 정치 성향 변화로 공화당의 텃밭에서 정치적 전쟁터인 경합주로 바뀌고 있는 전환기여서 더욱 그렇다.
그런데 11월3일 선거이후의 모든 여론조사 결과를 집계한 두 분석사이트의 결과가 좀 다르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집계에선 22일 현재 공화후보들이 오차범위 내 리드를 유지하고 있다. 퍼듀는 오소프를 49.2%대 48.2%의 1 포인트 차이로, 뢰플러는 워녹을 49.2%대 48.4%의 0.8 포인트 차이로 앞선 상태다.
파이브서티에잇의 집계는 반대다. 언더독으로 출발한 민주당 후보들이 역전에 성공해 오소프가 퍼듀를 0.4 포인트 차이로, 워녹이 뢰플러를 0.9 포인트 차이로 리드하고 있다.
투표 열기는 뜨겁다. 22일 현재 160만 명이 사전투표를 마쳤다. 11월 대선의 역사적 투표율과 같은 수준이며, 1992년 상원결선의 전체 투표자 수를 훨씬 넘어섰다. 결선투표 참여를 위한 신규 유권자등록도 급증했다. 11월3일 이후 7만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같은 투표 열기가 어느 당에 유리할지는 확실치 않다. 전문가들도, 양당 진영도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선거는 투표율 싸움이다. 어느 당 유권자들이 더 많이 투표에 참여할 것인가. 결과는 양당 표밭의 투표 열기에 달렸다.
민주당에겐 흑인표 및 소수연합 동원과 교외지역 바이든 지지표 동참 여부가 관건이다. 바이든이 28년 만에 조지아에서 승리한 첫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이후 최고조에 이른 에너지를 동력 삼아 조지아 민주 표밭의 근간인 흑인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본선에서 바이든 승리의 한 축이 된 아시안, 라티노 유권자들의 성공적 연합도 계속 다져야 한다.
이번 결선의 흥미로운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바이든을 찍었던 교외지역 반트럼프 백인유권자들의 표심이다 - 그들이 원한 것은 트럼프 낙선뿐이었나. 바이든의 정책 시행을 도울 민주당 상원후보들에게도 표를 줄 것인가.
역사는 민주당 편이 아니다. 조지아의 과거 결선투표에선 공화당이 단연 우세했다. 1992년 이후 8차례 결선 투표 중 한 번을 제외하곤 모두 공화당 후보가 승리했다.
공화당 투표율의 최대 요소는 트럼프다. 트럼프가 아직도 대선결과에 불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트럼프에 열광하는 트럼프 유권자들은 바이든 승리를 인정하는 공화당 상원을 위해 투표에 참여할 것인가, 분노하며 기권할 것인가. 트럼프의 행보 자체가 혼란스럽다. 자신은 물론 아들과 딸까지 동원해 퍼듀와 뢰플러 지원 유세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공화당 지도부에 원색적 공격을 가하며 당 내분을 악화시키고 있다.
바이든과 민주당을 견제할 ‘마지막 방어선’을 자처하는 공화후보들은 이 메시지 자체가 바이든의 당선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때로 유세장에서 분노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결선에서 공화당이 패할 경우 책임론을 면치 못하게 될 트럼프가 적극 지지를 확실히 과시한다면 트럼프 표밭의 분노를 투표 열기로 유도할 수도 있다.
팬데믹의 와중에서도 워싱턴의 눈길이 온통 조지아에 쏠리고 있다. 앞으로 4년 바이든 집권 1기에 이번 결선투표만큼 큰 영향을 끼칠 정치 일정은 드물 것이다. 상원 주도권은 바이든 행정부 파워의 한계를 결정할 힘을 뜻할 수도 있어서다.
대선에 이어 다시 한 번 “목숨이 걸린 듯” 투표해 달라는 바이든의 호소가 누구에게 어떻게 가닿을지…한껏 달아오른 ‘상원 쟁탈전’의 결과가 기다려진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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