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0 본보 문예공모전] 시 부문 장려상 ‘뭉게구름’

2020-12-18 (금) 박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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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래 빠져나간 마음들이
지평선 위에
하얗게 피어났습니다.
까까머리 설레는 마음으로
으쓱해 걷던 첫 등굣길에
엄마의 어깨 너머로 보았던
그 푸른 하늘이
여기까지 따라왔습니다.

세월의 무게로 내려 앉아
불치병처럼 멍 뚫린 가슴으로
남몰래 품었던 사연들이
천연스레 살아서
저리도 곱게 걸렸습니다.
그리운 친구의 모습도 있고,
아직도 가슴 뛰게 만드는
동화 속 꿈들이
여전히 살아 있는 하늘이
너무 고마워 손을 흔듭니다.

자꾸만 눈길을 빼앗는
해맑은 하늘 가득
오늘은 때 묻지 않은
추억들이 많이도 열렸습니다.

◆당선 소감: 박상근

누구나 가슴에 뭉게구름 하나쯤 갖고 삽니다.
그러나 설레는 마음으로 그 뭉게구름의 신비를 쫓았던 엄마의 어깨는 이제 없습니다.
어머니 마지막 가시던 날은 가랑비가 내렸습니다.
가파른 산 길을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은 유골함을 안고 오르며 엄마와 걸었던 첫 등교길을 떠올렸습니다.
이제 엄마는 없고 세월은 잔뜩 때가 묻었지만 잘 찾아보면 아직은 가슴 뛰는 설렘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의 속삭임이 작은 새가슴처럼 뛰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아직은 남아 있을 지도 모를 설렘을 찾기 위해 어지러운 마음 속을 열심히 찾아 봐야겠습니다.

<박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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