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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산책] BTS와 빌보드 차트

2020-12-04 (금) 정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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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산책] BTS와 빌보드 차트
팝 음악 전문가를 제외하곤 사실 빌보드 차트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어떻게 산정하고 또 무엇을 어떻게 참고하여 순위를 정하는가? 그리고 언제 발표하는가? 빌보드 차트 순위는 각종 스트리밍, 라디오 방송 횟수, 음원 판매량 등을 종합하여 매주 주말에 빌보드 공식 온라인으로 발표한다. 그 순위에 따라 모든 가수와 팝 음악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그 순위가 이들의 장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1950년 이전까지는 탑 10곡만 선정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Top 30곡을 선정했다. 그리곤 1957년부터는 Top 50곡으로 늘렸으며 1958년 8월부터는 Top 100으로 정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요즈음 각종 한국의 언론 매체마다 미국 연예 주간지 빌보드 차트에 관한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그건 다름아닌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 때문이다. 그들이 최근 발표한 노래와 앨범이 빌보드 싱글 차트와 Top 200 앨범차트에서 동시 1위를 차지하자 그들에 관한 기사가 넘쳐흐른다. 그들이 발간한 앨범이 최근 5연속으로 탑에 올라 영국의 4인조 보컬 그룹인 비틀스 이후 처음이기 때문에 더욱 매스컴은 탑 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대단한 성적이다. 더군다나 영어 가사 아닌 한국어를 주류로 사용했음에도 차트에 정상을 차지했다는 자체는 엄청난 업적이었다.

빌보드 차트 역사상 영어 가사 아닌 외국어로 부른 노래가 빌보드 팝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한 것은 단지 7번뿐이었다. 처음은 1958년 이탈리아 국민 가수인 Domenico Modugno 가 이탈리아로 발표한 Volare 가 첫 테이프를 꿇었고 두 번째는 1963년 일본 가수 Kyu Sakamoto 의 Sukiyaki, 세 번째로는 그해 12월 벨기에 출신 수녀들인Singing Nuns 가 불어로 발표한 Dominique, 네 번째는 1986년 오스트리아 출신 Falco 가 독일어로 취입한 Rock Me Amadeus, 다섯 번째는 1987년 멕시코 출신의 그룹 Los Lobos가 스페니쉬어로 노래한 La Bamba, 여섯 번째는 1996년 스페인 출신의 2인조 듀엣 Los Del Rios가 스페인어로 노래한 Macarena, 일곱 번째는 Puerto Rico 태생의 Luis Fonsi & Daddy Yankee가 2017년 스페인어로 발표한 Despacito였다. 그리고 3년 후 드디어 한국어로 부른 방탄소년단의 ‘인생이란 (Life goes On)’ 이 여덟 번째로 정상을 차지했다는 쾌거를 전해졌다.

빌보드 팝 차트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전 세계 가수들의 꿈이다. 그 꿈을 정복하기에는 힘들고 어려운 난관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은 땀과 노력을 다하여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 그들은 그 값어치를 알고 있다.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하지 않는다면 결코 그 노래는 최고의 노래라고 할 수 없다고 단정할 만큼 대단한 것이다. 평생 정상에 도달하지 못한 채 은퇴하는 가수들이 99.9% 이상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계 정상급 가수들의 기록을 보면 Paul Anka는 3번, Connie Francis 3번, Carpenters 3번, Simon & Garfunkel 3번, Brenda Lee 2번, ABBA 1번, Ray Charles 3번, Pat Boone이 4번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칸츄리 송의 황제라고 불리는 Johnny Cash는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토록 힘든 일을 우리의 방탄소년단이 이루었으니 언론들이 일제히 흥분할 만하다. 비틀스가 1964년 미국 CBS 방송국이 이들의 공연을 초청하자 당시 멤버들이 한 말을 필자는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우린 빌보드 차트에서 우리의 노래가 No.1이 될 때까지는 가지 않을 거예요”


한국 가수들의 빌보드 차트 진입 역사를 보면 2009년 원더걸스가 부른 Nobody가 76위를 기록한 것이 최초이며 그로부터 3년 후 싸이가 말춤을 소개하며 부른 강남스타일이 연속 7주간 2위를 차지한 것이 최초의 히트라고 하겠다. 싸이는 2013년과 2014년에 Gentleman과 Hangover 두 곡을 각각 5위와 26위에 올려놓았다. 2017년에 방탄소년단의 노래 DNA가 67위에 오르며 신고식을 마쳤다. 그 이듬해 Fake Love로 베스트 10 에 진입하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2020년 뜨거운 여름이 지나갈 무렵 발표한 Dynamite가 드디어 대망의 1위에 올라 아시안 출신의 가수로서 2번째 정상을 밟은 아티스트로 등장했다.

참고로 역대 가장 많이 정상을 차지한 탑 5 가수들을 살펴보면 1위가 20 노래를 No. 1로 만든 Beatles, 2위는 Mariah Carey가 19번 차지했었고 3위는 Elivis Presley가 18번, 4위는 Rihanna 14번, 그리고 13번 정상에 오른 Michael Jackson이 역대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오직 선택된 가수들만이 차지하는 정상의 길이며 영광의 길이다. 부와 명성을 보장하는 그 길을 방탄소년단은 계속 걸어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No. 1 곡을 발표할지 기대해본다. 그리고 응원하다.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만들어 주기를.

<정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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