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가이드 Mt. Markham ( 5,742’ )
등산중에 보이는 Bear Canyon과 Mt. Lukens.
Mt. Markham정상에서 본 Eaton Canyon과 Mt. Harvard.
Saddle에서 본 Mt. Markham.
Mt. Lowe쪽에서 본 Mt. Markham(Right).
LA 인근에 있는 산들에 얽힌 여러가지 기록을 살펴보면서 깨닫게 되는 것 중에 하나는, 특정한 산에 이름이 헌정된 사람들은 거개가 LA가 아닌 Pasadena에서 활동했던 분들이라는 점이다. Pasadena가 LA인근의 산악지대인 San Gabriel 산맥에 근접해 있기에 비롯된 일이라고 하겠다.
LA시의 역내에서 최고봉으로 치는 Mt. Lukens(5074’)는 제 4대와 제 6대의 Pasadena 시장을 역임한 Theodore Parker Lukens(1848-1918)에게 헌정되었고, Mt. Throop(9138’)은 Caltech의 설립자로 Pasadena의 제 3대 시장이었던 Amos G. Throop(1811-1894)에게 헌정되었으며, 오늘 소개코자 하는 Mt. Markham과 바로 그 곁에 있는 Mt. Lowe 역시 Pasadena 시민으로서 활동했던 인사들에게 헌정되어진 것들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Mt. Markham(5742’)을 오르는 코스로는 남쪽에서 Sam Merrill Trail을 경유하여 다소 긴 거리를 걸어서 오르는 방법도 있으나, 오늘은 북쪽의 Eaton Saddle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짧은 루트를 소개키로 한다. 등산거리가 왕복 3.4마일에 순등반고도가 700’가 되어 아주 쉬운 산행이지만, 주변에 포진한 가파른 산과 계곡들이 어우러진 험준한 지대를 관통하며 느끼는 경이감이 있는 코스이다. 그늘이 거의 없으므로, 더운 날은 산행을 피하고, 물은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왕복 1마일에 순등반고도 300’ 만 추가하면 인근에 위치한 Mt. Lowe(5603’)도 오를 수 있어, 어렵지 않게 1석2조의 효율적인 등산도 가능하다.
가는 길I-210 에서 La Canada 의 2번 Hwy로 나와서 북쪽으로 약 13마일을 가면 Red Box 라고 부르는 휴게소를 겸한 주차장이 나온다. 도로변의 Mile-marker 로는 38.32 가 되는 지점이다. 여기서 우회전하여 Wilson Road 를 따라 2.3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길이 갈라져 나가는 3거리가 된다. Eaton Saddle 이라고 부르는 해발고도 5100’가 되는 곳이다. 길 오른쪽에 주차공간이 있고,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길의 입구에 안내판과 차량통제 게이트가 있다. 이곳에 주차를 한다.
등산코스차량통제 게이트를 지나 남쪽으로 뻗어나가는 소방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넓은 길의 바로 왼쪽 길섶으로는 깊게 함몰된 Eaton Creek 의 천길 벼랑이 아찔하고, 길의 바로 오른쪽은 바로 머리위로 아스라히 솟구쳐 있는 San Gabriel Peak 의 깎아지른 듯한 천길 암벽이 위태롭기만 하다. 정면 가까이로는 거대한 피라밋이 허공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뾰쪽봉이 솟아있는데, 이것이 바로 Mt. Markham(5742’)이다.
출발점에서 약 0.3마일 정도를 걸으면 터널이 나온다. Mueller Tunnel 이라고 새겨져 있다. Eaton Saddle 에서 Mt. Lowe 쪽으로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하기위해 1942년에 산림청에서 건립했다고 하는데, 미상불 이 터널을 통하지 않고는 이곳을 도저히 지나갈 수가 없을 정도로 험악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상상컨대, 나르는 새도 지나가기가 어려웠다는 촉한의 관문으로, 출사표를 올리고 제갈공명이 위나라를 정벌키 위해 무려 아홉번이나 넘었었다는 천혜의 요새, ‘검문관’도 이런 류의 지형이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이곳은 이 산이 위치하고 있는 곳 바로 옆 까지의 접근성이 아주 좋고 또 단순히 아주 짧은 길목 하나에 지나지 않으니, 지나친 과장이고 침소봉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도저히 발을 딛을 수 없을 만큼 험한 지형임은 분명하다.
100m 남짓한 길이의 깜깜한 터널을 지나서 조금 더 걸으면 이젠 비로소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4거리에 이르게 된다. Mt. Markham과 San Gabriel Peak 사이의 Markham Saddle 이며 출발점에서 약 0.6마일이 되는 지점이다. 오른쪽에는 San Gabriel Peak 과 Mt. Disappointment 로 가는 등산로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고, 왼쪽은 Mt. Lowe Summit 으로, 직진은 Mt. Lowe Campground 로 갈 수 있음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왼쪽에 서 있다.
우리는 물론 왼쪽길로 나아간다. Mt. Markham 의 서쪽 기슭을 따라가는 이 길은 오른쪽으로는 Bear Creek 의 유장한 계곡과 이를 자양해주는 원천인 Mt. Deception, Mt. Disappointment, San Gabriel Peak 등의 험산준령이 한눈에 들어와, 어느 누구라도 부지불식간에 감탄성을 내게 하고야 만다.
경이로운 경치에 취해 걷다보면 왼쪽의 Mt. Markham 의 줄기가 끝나면서 Mt. Lowe 의 줄기가 시작되는 Markham / Lowe Saddle(5315’)에 이르게 된다. 총 1.2마일을 온 지점이다. Mt. Lowe 의 정상으로 가는 길은 직진이다. 그러나 우리는 왼쪽으로 바짝 꺾여 Mt. Markham 의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간다. 산줄기가 좁고 날카롭다. 등산로도 제법 험하고 가파르다. Buckthorn, Mahogany, Manzanita, Yucca, Wild Buckwheat, Rabbit Brush 등 키 낮은 초목들이 드문드문 자라고 있을 뿐이라 그늘은 전혀 없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2개의 작은 봉우리를 오르고 내려야 한다. 처음에는 북으로 향하던 산줄기가 차츰 북동방향으로 휘어진다. 이윽고 정상부에 다다른다. 정상부의 모습은 좀 특이하다. 동서로는 칼날처럼 아주 좁고 남북으로는 길쭉하다. 그렇기에 이 산을 동쪽이나 서쪽에서 보면 정상부가 길쭉한 고원처럼 평평한 모습이라 사다리꼴의 사각형으로 보인다. 반면에 이 산을 남이나 북의 일정한 각도에서 보면 정상부가 뾰쪽한 삼각봉으로 거대한 피라밋을 연상시킨다. 크게 다른 두 얼굴을 가진 산이라 하겠다.
정상부에 올라서면 거의 평평한 등산로가 100m 이상 좁다랗게 이어져 있다. 정상점이 어딘지 분명치 않다. 아마도 둥그렇게 돌을 쌓아놓은 곳이 정상이겠다. 동서남북에 걸친 전망이 참으로 장관이다. 능선의 정상에 서서 아래로 펼쳐지는 전망에 빠져들다보면, 아찔하리만큼 높은 망루에 올라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워낙 좁다랗고 우뚝한 산줄기 위라서 그런 것이겠다.
이 산 이름의 주인공 Henry Harrison Markham(1840~1923)은 Pasadena 에 살면서 우리 가주의 주지사도 역임한 분이라 한다. 이웃 Mt. Lowe의 주인공 Thaddeus Lowe 교수가 관계당국에 적극 청원하여 이 산에 그 분의 이름이 헌정되어졌다고 한다. 이런 배경으로 미루어보면, 생전에 이 두 분의 교분이 미국판 ‘관포지교’의 예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볼 수 있겠다. 바로 이웃한 산에 서로의 이름이 헌정되어졌으니, 이 두 분의 친분은 사후에도 실로 영세불망, 세세토록 지속되어질 것이다.
이 Markham이라는 분이 낚시를 좋아하셨는지, 지금의 Azusa 뒷편에 있는 West Fork에서 6시간 동안에 98마리의 송어를 낚았었다는 기록을 볼 수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이 남가주의 하천들은 과연 ‘물 반, 고기 반’ 이었음을 시사해주는 일화라 하겠는데, 그 후 대략 100년 동안에 얼마나 많이 생태환경이 달라졌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 좋은 실례라 하겠다. 사족이지만, 이 Markham이란 분이 생존해 있을 그 당시에는 이곳의 1인당 조어한도가 50마리였다니, 아마도 이 분이 꽤나 다혈질의 대단한 낚시광이었나 보다.
전망을 충분히 즐긴 후에는 올라온 길을 그대로 되짚어 주차장까지 돌아 나온다. 시간여유가 있으면 이웃한 Mt. Lowe(5603’)에도 올라보면 좋을 것이다. 1시간쯤이 더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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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