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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에 임하는 한인 유권자들

2020-10-13 (화) 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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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을 앞두고 처음으로 유권자 등록을 하겠다는 전화가 무척 많이 걸려왔다. 주로 65세 이상의 분들이다.

시민권 받은 지 30년만에 처음으로 투표 하겠다고 전화하셔서 “이번에 꼭 트럼프에게 투표해야지, 그래서 유권자 등록하려는 거야” 하신다. 이런 분들이 아주 많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답이 정리되어 있었다.

바이든과 문재인은 빨갱이들이고, 트럼프가 되어야 중국을 무너뜨릴 수 있으며, 트럼프가 안 되면 바이든과 문재인이 중국에 무릎 꿇고 나라를 갖다 바칠 것이라는 이유다.


다른 대답은 바이든의 민주당은 동성애를 지지하고 트럼프는 반대해서 이번에는 꼭 트럼프를 당선 시켜야 한다고 안 그러면 세상이 망할거 라고 한다. 그리고 당적도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꾸는 분들이 많다.

지난 한 달 동안 수백 통의 전화를 받고 유권자 등록을 도와 드렸는데 어르신들 100%가 공화당 트럼프다.
반면에 주로 60대 이하의 분들은 또 다른 대답이다.

그동안 별 관심없이 선거를 바라 보았는데 이러다가 우리 이민자들 다 쫓겨나고 우리 아이들이 완전히 2등 국민이 될 것 같아서, 그리고 이러다가 미국이 망할 것 같아서 이번에는 꼭 투표를 해야겠다고 한다.

유권자 등록 문의를 한 60대 이하는 주로 9월에 전화가 많이 왔고 60대 이후는 10월 들어서 아침 8시부터 때로는 밤 9시 넘어서도 전화를 하신다. 빨리 등록해야 한다고 마음이 급하시다.

유권자 등록과 투표 안내를 지난 1996년 부터 지금까지 해오고 있지만 이번 만큼 연령대별로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가 확연히 갈리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어르신들은 지금 한국이 망하기 직전이고, 나라가 빚더미에 올라 앉았고, 수출도 안되고, 좀 있으면 중국하고 북한에 나라를 넘기려고 해서 트럼프가 아니면 이걸 막을 방법이 없다고 큰 걱정을 하신다.

반면에 젊은 층들은 미국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걱정한다. 부모님 영주권 스폰서를 자식 입장에서 했는데 영주권 상태에서 메디케이드나 푸드스탬프를 받으면 스폰서 선 사람들이 다 물어야 한다는 법이 있다는데 그게 사실이냐고 묻기도 한다.


그래서 영주권 받고 5년안에 메디케이드나 푸드 스탬프, 장기 요양치료를 받으면 수혜자는 추방당할 수도 있고 영주권 스폰서가 그 돈을 물어야 하는 법이 있다고 답해주곤 하는데 그때마다 한숨과 함께 우려를 한다.

2020년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는 선거가 끝나도 후유증이 심할 것 같다. 세대간, 백인과 유색인종간, 친이민자들과 반이민주의자들, 동성애자들과 반동성애 교회간, 그 외에도 여러 이슈들이 있지만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미국은 더욱 단결하고 늘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세계를 선도 해왔는데 지금의 미국은 모든 것이 다툼이고 분열이다.

역사적으로 대국이 분열하면 소수계는 늘 강자들에게 피해를 당했다.
이런 때 일수록 소수계 이민자이면서 유색인종인 우리들은 스스로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정체성마저 위협 당하고 우리 커뮤니티는 파괴 당하고 우리의 후손들은 험난한 시기를 겪어야 할 수도 있다. 미국 사회가 분열한다고 소수 중의 소수인 우리마저 세대간, 친이민 반이민으로, 이념적으로, 동성애 찬반으로 분열한다면 미주 한인들은 먼지처럼 소멸할 것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우려되는 시기라는 것을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다. 그러기에 내부적으로 대립을 피하고 단결하고 결집하여 코로나와 미국의 혼란을 극복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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