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검찰이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휴가 연장 특혜 의혹 사건을 ‘불기소 처분’ 했다는 발표를 듣고 충격이 컸다. 마치 우리나라 정치 도덕성이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광경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단박에 떠오르는 것이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이었다. 두 사건 모두 ‘거짓말’을 잉태한 탓으로 파탄을 불러온 슬픈 결말이 아니었던가.
박근혜는 사사로운 친분관계였던 최순실(최서원)과 결탁하여 거액의 축재를 하고 국정을 농단했으면서도 “나는 한 푼도 먹은 게 없고 국정농단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거짓말’로 일관하다 들통나 파국을 맞았다.
국자 지도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국가 운영 방향의 기준이자 척도이다.
국가 지도자들이 양심을 버리고 위선과 탈선을 대수롭지 않게 일삼는다면 용납할 수 없는 국민적 분노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우리 공무원이 북한 영해에서 피살된 사건으로 전 국민의 관심이 이 사건에 집중되는 혼란을 틈 타 검찰이 전격적으로 추미애 아들 휴가연장 의혹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다고 발표해 버렸다. 담당 검사 이름도 빠뜨린 채 말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보좌관을 통한 지시내용과 전화를 안했다던 거짓말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해명은 한마디도 없이 그냥 없던 일로 하자는 식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검찰 측 처사가 국민적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추미애 장관 모자의 군 생활 특혜 혐의는 거짓말 탐지기나 지문채취 등 과학기기를 동원하여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정직성과 양심적 고백이 수반되는 내용이 포함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좌관에게 책임 장교의 전화번호를 주고 지시했다는 녹취 증거가 나와 거짓말이 명백히 들통났는데도 해명도 없이 ‘검찰개혁’에만 최선을 다 하겠다는 말로 덮어 버리려는 듯한 자세는 국민 무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 같다.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 때 자워스키 특별 검사장이 닉슨 당시 대통령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것은 상대방에 대한 도청 그 자체만이 아니었다. 도청 행위를 지시했는지 지시하지 않았는지를 바른대로 대라는 추궁이었다.
여기서 닉슨의 선택은 양심 고백이었다. 그는 결국 도청 지시를 안 했다는 거짓말을 시인하고 구속 위기 직전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자신의 거짓말 행각이 드러나 치욕을 당하더라도 국가 도덕의 하한선만큼은 지켜야겠다고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닉슨은 임기 도중하차의 불명예를 안았어도 업적이나 품격에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경우 한 사람의 어머니로서 아들에 대한 애틋한 모정을 누가 감안, 참작하지 않겠는가.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러나 추 장관은 본인이 국가 지도자급 신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있는 수많은 어머니들과 함께 살아가는 평정심을 지키는 것이 고위층의 본분이 아니던가.
자기 아들만의 특혜 혐의와 오만불손한 태도와 막말, 적반하장 이런 모습의 장관이 계속 근무하는 눈꼴신 정부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국민은 순진한 대신 엄격하고 단호한 법이다. 이번 파동은 오랜 시간을 끌며 국민저항이 계속될 것 같다.
인류의 역사는 진실 속에 평화와 안녕이 꽃피워왔다. 예수는 진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십자가에 못 박혔고 석가모니도 평생 고행을 하며 순수를 절규했다. 소크라테스도 황제가 내린 사약을 마실지언정 거짓을 거부하고 진리를 택했다. 진실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존재의 본질이다. 사회질서의 근간이다.
추미애 장관은 즉시 사임해야 옳다. 지금이라도 전 미 대통령 닉슨이 양심의 길을 택했던 것처럼 결단을 내리는 것이 나라에 이바지하는 처신일 것이다. 지금 우리 정부는 조국 전 법무의 갖가지 사건, 윤미향의 위안부 할머니들 모금 횡령 혐의 파장 그리고 추 장관 본인의 거짓말과 방약무인 막말 등으로 인심을 크게 잃고 있다.
새로 취임한 민주당 대표팀도 손 한번 못 써보고 덩달아 점수가 깎이는 희생양이 되고 있는 중이다.
국민에 대한 도리는 물론 정부와 당을 위해서라도 선뜻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예의일 줄로 안다.
국민 저항이 점증하여 대통령이 마지못해 추미애 장관을 해임시킬 수밖에 없는 경우를 상정해 보라. 그건 더한 악몽일 것이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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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