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할리웃 사인 너머로 탁월한 전망

2020-09-18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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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2) Griffith Park 10 Peaks

할리웃 사인 너머로 탁월한 전망

Mt. Lee(1680’)의 정상에서의 시내경관.

할리웃 사인 너머로 탁월한 전망

Burbank Peak(1690’) 정상의 풍경.


할리웃 사인 너머로 탁월한 전망

Mt. Hollywood(1625’)정상에 오른 젊은이들.


할리웃 사인 너머로 탁월한 전망

Mt. Hollywood(1625’)정상에 오른 어느 승마가족.


전망을 즐기며 잠시 숨을 고르고, 남서쪽으로 나있는 Upper Beacon Trail로 하산한다.
0.2마일을 내려오면 5거리인 5 Points(951’)에 이른다. Upper Beacon Trail의 계속인 왼쪽에서 2번째 길을 택하여 약 0.2마일 가까이 가면 넓은 포장도로 Vista del Valle Drive를 만난다. 우측 길을 따라간다. 날씬하고 훤칠한 Eucalyptus Tree들이 가로수로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조금 가다보면 우측으로 LA DWP의 시설이 있고, 잠시 더 가면 왼쪽이 Vista View Point가 된다.

2.3마일지점에 이르면 비포장인 Hogback Trail이 왼쪽으로 갈라진다. Pump House라는 작은 건물의 좌측으로 난 이 길을 따라간다. Hogback이란 깎아지른 산등성이라는 말이다. 과연 좁고도 가파른 산줄기를 지난다. 물론 전망이 대단하다. 길의 오른쪽에 있는 작은 봉우리가 2번째인 Glendale Peak이다. 2.6마일에 이르면 작은 교량이 앞에 나오는데, 오른쪽에 Henry’s Trail이란 표지판이 있다. 오른쪽 뒤로 바짝 꺾인 0.1마일의 등산로를 오르면 Glendale Peak(1184’)의 정상이다. 역시 사방의 전망이 좋다.

0.1마일의 Henry’s Trail을 되돌아 나가 다리를 건넌다. 능선 위로 이어지는 길이 많이 가파르다. 3.6마일에 이르면 왼쪽으로 상수도시설이 있고, Dante’s View라는 작은 공원이 있다. 길이 좌측으로 갈라지지만 우리는 0.1마일을 더 직진한다. 4거리(1525’)가 된다.
우측 길은 Mt. Bell로 이어지는데, 우린 여기서 맨 왼쪽 길로 올라간다. 3.9마일에 이르면 벤치시설이 있고 안전을 위한 시멘트 방책이 둘러있다. 사람들이 많이 오르는 Mt. Hollywood(1625’)의 정상이 이곳이다. Griffith천문대가 발 아래로 멀지 않고 다운타운의 고층빌딩군을 비롯한 LA의 도시전경이 가물하다. 이곳은 특히 우리 한인들이 매년 새해 첫날 새벽에 일출을 보기위해 많은 인파가 운집하는 바로 그곳이다. 매일 새벽에 아침산책을 하는 분들도 대개는 이곳을 오른다.


다시 0.2마일을 거슬러 내려가 4거리로 간다. 북쪽으로 난 Hollywood Trail을 따라 Mt. Bell을 찾아간다. 조금 뒤로 있는 Mt. Baby Bell과 함께 우리 한인 남성등산인들이 ‘유방봉’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데, 봉우리 모양으로 보면 정말 그럴듯한 작명이다. 4.3마일이면 Mt. Bell(1582’)의 정상에 올라서고, 4.5마일이면 5번째 봉인 Mt. Baby Bell(1570’)정상에 오르게 된다.

이제는 서쪽으로 가까이에 있는 Mt. Chapel을 향하여 내려간다. 넓은 포장도로 Mt. Hollywood Drive 를 건너 비포장도로에 들어서서 30m쯤을 가면 왼쪽 수풀속으로 난 작은 등산길이 있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직진해도 되지만, 거리를 줄이기위해 작은 길로 들어간다. 정상에 오르는 구간이 매우 가파르다. 5.0마일이면 6번째 봉우리인 Mt. Chapel(1614’)의 정상에 올라선다.

7번째인 Mt. Lee는 1마일쯤 저만큼의 서쪽에 있다. 그 유명한 ‘HOLLYWOOD’란 글자가 정상부위에 세워져 있는 산으로 최정상에는 통신용 안테나가 높이 세워져 있다. Hollywood에서 부유층을 상대로 Cadillac 판매회사를 운영하였던 Donald Musgrave Lee(1880~1934)가 이 봉우리 정상에 Channel 2 TV 방송용 Antenna Station을 세웠기 때문에 Mt. Lee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산이다. 서쪽으로 난 아기자기한 등산로를 따라 0.5마일을 가면 Mt. Lee Drive라는 이름의 포장도로를 만난다. 우측의 오름길을 따라간다. 6.0마일이 되는 곳에서 포장도로가 왼쪽으로 급하게 굽어든다. 오른쪽에는 글자를 새긴 동판이 박혀있는 기념석과 이정판이 있다. Cahuenga Peak으로 가는 좁은 등산길이 갈라지는 지점이다. 우린 일단은 동쪽으로 향한 포장도로를 따라 방송 안테나가 서있는 정상부를 향해 올라간다.

길의 오른쪽 바로 아래편으로 철망 울타리 너머에 ‘HOLLYWOOD’란 대형 글자들의 뒷면이 보인다. 철망 울타리에는 아마도 연인들이나 친구들이 변함없는 사랑과 우정을 약속하고 기원하는 징표로 걸어놓았을 자물쇠들이 간간이 걸려있다. 서울의 남산 정상부의 한 부분에 너무나 빼꼭히 걸려있었던 엄청난 양의 자물쇠들이 떠 오른다. 아마 이곳도 머잖아 이 울타리가 견디지 못할 정도의 많은 자물쇠들이 걸리는 젊은이들의 명소가 될 것으로 예상해 본다. 통신안테나 시설의 철책에 이르면 그 왼쪽으로 좁은 정상부에 오르는 작은 길이 있다. 불과 몇걸음이면 Mt. Lee(1680’)의 정상점에 올라선다. 6.1마일 지점이다. 가까이로 ‘HOLLYWOOD’글자의 뒷면이 보이고 그 오른쪽 아래로는 Lake Hollywood의 푸른 물이 신선하다. 여기서는 전후좌우의 탁월한 전망과 함께, 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호수, Lake Hollywood 도 발아래 서쪽으로 보게 된다. 시원한 물이나 초콜렛을 겯드리면 정상에 선 행복감이 배가될 것이다.

우리가 나고 자라난 고국을 떠나와 이렇듯 멀지만 아름다운 곳에서 삶의 후반부를 살고 있는 우리 자신과, 이 땅에서 자라나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으며 대대로 살아나갈 우리의 후손들에게, 발아래로 펼쳐져 있는 이 도시 LA와 캘리포니아 그리고 아메리카대륙은 영원히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되어줄 것이다. 세월이 지나고 보면, 지금의 우리는 분연히 이 아메리카의 남가주에 뿌리를 내린 용기있는 조상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조명되는 아련한 전설이 되어 질 것이리라. 이 곳에서 굽어보는 오늘의 LA는 아름답기만 하다. 이 땅에 축복이 영원하기를!

이제 0.1마일을 되돌아 내려간다. 기념석의 동판은 Cahuenga Peak을 공원으로 편입시킬 수 있도록 기부금을 낸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여기서 서쪽으로난 좁은 등산로를 0.3마일을 가면 이 공원의 최고봉인 Cahuenga Peak(1820’)의 정상에 오르게 되고, 이에서 서쪽으로 0.4마일을 가면 9번째의 봉우리이면서, 이 공원의 서쪽 맨끝 봉우리인 Burbank Peak (1690’)의 정상이다. 6.9마일이다. 정상에는 한 그루 아름다운 큰 소나무가 있어 운치가 좋다. 아마도 Burbank일 도시지역이 바로 산 아래로 펄쳐있다.

이제는 10번째의 마지막 봉우리인 Bee Rock을 향해 왔던 길을 되돌아갈 차례이다. Cahuenga Peak을 지나고, Mt. Lee Drive를 거쳐 Mt. Chapel의 오른쪽 기슭으로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Mt. Hollywood Drive까지 간다. 포장도로로 8.7마일을 온 곳(1360’)이다. Mt. Chapel과 Mt. Baby Bell의 사이가 된다. 이 길에서 북쪽으로 100m쯤을 가면 길이 좌우로 갈라진다. 우측도로를 따라간다. 완만한 내리막길로 굴곡이 있지만 대체로 동쪽으로 뻗어간다.


9.7마일에 도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지는 지점(1075’)에 이르면 왼쪽으로 갈라져 내려가는 계단에 이은 등산로가 있다. 0.1마일을 직진하면 Bee Rock 정상(1056’)이다. 크나큰 바위주위가 온통 벼랑이다. 안전을 위해 철망울타리를 쳐 놓았다. 역시 전망이 좋다. 이로써 10개의 봉우리를 다 올랐다.

이제는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일이 남았다. 등산로를 조금 되돌아 나오면 오른쪽으로 내리막인 등산로가 있다. 매우 험한 구간이므로 차분히 안전하게 하산토록 유의한다. 10.2마일에 평지인 포장도로(600’)에 닿게 된다. Old Zoo Picnic Area를 관통하는 포장도로를 통해, 11.0마일 지점인 회전목마장을 찾아간다. 다소 다리가 피곤하지만, 짧은 시간에 우리의 자랑인 Griffith Park의 큰 규모와 동저서고의 다양한 지형 그리고 그 아름다움들을 이해했다는 뿌듯함이 있다.

2012년에 밝혀진 특기할 만한 사실로는, 이곳 Griffith Park에는 ‘P-22’라고 식별하는 늠름한 수컷 Mountain Lion(=Cougar, Panther, Puma) 1 마리가 자연상태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서쪽의 Santa Monica Mountains 에 서식하는 무리의 혈통으로 확인된 이 산사자가 어떻게 405 Freeway 와 101 Freeway 를 무사히 건너서 Santa Monica Mountains 의 최동단이 되는 이곳 Griffith Park에 올 수 있었는지, 또 이 사자의 생존이 향후 어떻게 되어질지, 많은 시민들이 주목하고 있단다. 이를 생포하여 원래의 태어난 고향으로 돌려주고 싶어도, 그럴 경우에는 저쪽의 산사자들로부터 무단 침입자로 간주되어 그들에게 살해되어질 것이 예상되어 그냥 이 상태로 두고 있다고 한다. 이 산사자가 생명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매월 3마리 정도의 사슴과 그 밖의 작은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하니, 우리 Griffith Park의 자연환경의 우수성과 그에 따른 동물자원의 저력을 증거하는 일이라고도 하겠다.

이 Griffith Park 을 조석으로 오르내리는 등산객의 입장에서는, 이 산사자 외에도 이리의 일종인 여러 마리의 Coyote가 여기저기를 배회하는 모습 정도는 아주 흔히 보게되는 일이고 보니, 너무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나홀로 산행’을 즐기는 것은 삼가는게 옳을 듯 하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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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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