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코비드-19가 쓰나미 같이 퍼지기 직전 작년 12월이었다. 중국 유학생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코비드-19에 대한 말이 참 많았다. 마침 중국인 룸메이트와 그의 부모님의 전화 통화를 통해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시간으로 들었다. 중국의 통계가 조작되었다는 것과 그녀의 부모님은 감금되어 식량을 배급받고 있다는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를 하며 중국 룸메이트는 가족을 걱정하며 정부에 분노하고 있었다. 평소 중국 공산당을 지지하며 중국 체제의 우월함을 자랑하던 친구였는데, 의외의 반응에 조금 놀랐다.
그리고 2월에 중국에서 큰 소포가 왔다. 룸메이트 부모님은 당시 미국에서도 구하기 힘든 마스크와 중국어로 적힌 약 한 다발을 보냈단다. “이게 무슨 약이야?” “아 코비드-19 초기 치료제야. 중국에서 구하기 힘든 귀한 약이야.” 친구는 넉넉한 마음으로 나에게 약을 권했다. “코비드-19 증상이 있을 때 먹어. 그럼 괜찮아질거야.” 혹시 몰라 약을 구석에 쟁여두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올해 7월, 미국은 하이드로클로로퀸(HCQ)의 효과에 대한 논쟁이 많았다. 한 미국인 친구가 보내준 유튜브 영상에는 미국 의사들이 워싱턴에서 HCQ은 초기 치료에 효과가 좋으며 60년 이상 개도국과 선진국, 아이들과 노인, 노약자에게 사용된 안정적 약이라고 한다. 또한 6,600만개의 약이 미국에 있어 공급이 안정적이며 저렴하고, 이미 인도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의사들은 가짜 정보와 논문을 보며 환멸을 느끼고, 환자들이 조기 치료에 실패해 죽어가는 걸 볼 수 없기에 직을 걸고 이 사실을 알리고자 나왔다고 한다. 어떤 의사는 과학을 매도하며 공포를 조장하는 언론과 의료 산업에 대한 분노를 떨리는 목소리로 전했다.
그런데, 다음날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삭제되어 있었다. 친구는 HCQ 관련 정보를 빅 테크회사(트위터, 페북, 유튜브)에서 모두 가짜뉴스로 판단하고 삭제한다고 한다. 잠시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기억이 있어 약상자를 뒤졌다. 2월에 친구에게 받은 약은 중국어로 적혀있지만 작게 영어로 HCQ가 표기되어 있었다. 그 약이 논쟁의 중심에 있던 그 약이었다!
참고로 나는 HCQ를 섭취해 본 적 없고 또한 효과를 검증할 자리에 있지도 않다. 단지 자녀를 향한 고위직 공무원 부모님의 걱정과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최선의 예방약을 보내는 노력, 워싱턴에서 직을 걸고 인터뷰한 의사의 경험을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언론에서 HCQ는 효과 없고 위험한 약이기에 오하이오 주에서는 사용을 금지한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아니, HCQ가 위험한 약이라는 언론 보도가 더 많다. 친구에게 받은 HCQ약으로 시작된 인연은 현 상황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첫째로, 빅 테크 회사에서 알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가짜 뉴스로 자체 검열하여 나에게 노출되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둘째로, 많은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의 경우 섣부른 판단을 유보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돈 권력 그리고 정보의 삼각구도 안에서 나와 내 주변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외의 일들은 나의 확신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나는 내 경험의 한계 안에서 코비드-19 증상이 오면 내 손에 있는 HCQ를 먹을 것이다. 친구 덕에 생각이 많아졌다. 중국 친구의 의미 있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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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희 성인교육학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