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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어이할꼬!

2020-08-16 (일) 유영집 / 법학박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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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바다인 한반도는 대륙으로 이어지는 통로로 인해 외세 침략이 잠잠했던 적이 없었다.
창씨개명 등 우리나라를 말살하려던 그 숱한 침략속에서도 우리민족은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중 일제침략과 6.25전쟁은 근대사를 거쳐 현대사에 이르러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역사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칠흑같이 어두웠던 일제치하, 어느 한 고을에 2명의 유지가 살고 있었다.
서슬이 시퍼렀던 시대에 한 아버지는 고민을 하다가 일본 헌병대에 찾아간다. 나름대로 그 고을에서 유지였기 때문에 대표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일본은 직접적으로 주민들을 통제하면 반감을 살 수 있어 이이제이 (以夷制夷: 오랑캐를 이용하여 다른 오랑캐를 통제하고 부림)를 고민 하던 중이었다.

이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어떻게 하면 한 가정을 지킬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헌병대에서 직책을 부여 받은 아버지는 완장을 차고, 온 고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일본이 우리나라를 잘 살게 해주기 위해서 왔다고 홍보하기 시작했다.
일본정부로부터 인정 받은 아버지는 그들의 추천을 받아 아들을 일본으로 유학을 보내게 된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가 하는 일은 거침이 없었고 많은 사람들은 점점 심해지는 폭압과 수탈에 신음하게 된다. 그후 그는 일본 정부로부터 벼슬과 토지를 하사 받아 더욱 부유하게 된다.
그러나 근대화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핍박을 받은 고을의 또 다른 유지인 아버지는 울화를 참지 못하고 자기 가정을 책임지지도 못한채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홀로 만주로 떠나게 된다.

가장을 보낸 그 집안은 그들의 수탈에 하루 세끼도 연명하지도 못한채 가난의 나락으로 점점 떨어지며 그의 자녀들 또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해방이 되고 앞서 유지였던 아버지의 아들은 일본에서 공부를 마치고 금의환향하여 대학교수가 되었으니 집안에 경사가 났다.
한 아버지의 계획은 성공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일제의 행태에 울화를 참지 못하고 떠난 아버지는 몇번 연락이 온 뒤로 소식이 끊어졌다. 그 뒤 해방이 되었어도 돌아오지 못하고 그 가정은 멸문지화가 되어 있었다.
독일에 점령당했던 프랑스는 독일군이 물러나자 나치 협력자의 처벌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나치 협력자 전담 재판소를 전국에 설치하고 나치부역 정권이었던 비시(Vichy)정권의 3부 요인을 처벌하는 최고 재판소까지 운영하는 드골 훈령을 발표하게 된다. 프랑스의 나치 협력자 처벌은 단호했다. 최고 재판소를 통해 사형 집행된 것만 767건 이었고 징역형을 선고받은 나치협력자만 4만명이 넘었다. 그리고 12만명은 시민권이 박탈 당했고 파면 조치됐다.
1945년 해방이 되자 대한민국은 임시정부뿐만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해방이 되었으니 친일파 청산은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1948년 정부가 수립되고 제헌국회는 반민족행위 처벌법(반민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의하면 국권피탈에 적극 협력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거나 제국의회의원이 된 자, 독립운동가 및 그 가족을 살상, 박해한 자는 최고 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 직·간접적으로 일제에 협력한 자는 10년이하의 징역이나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몰수에 처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세력과 처벌 받을까봐 두려웠던 친일파들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를 해산할 정치공작을 펼친다. 그후 반민특위 습격사건이 일어나면서 반민법이 개정되고 친일파 처벌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친일파들은 정치인, 관료, 언론인, 교육자, 기업가, 종교인사, 예술가, 군경 등 지방토호 세력을 포함하면 수천에서 수만명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10여 명만 처벌 받았고 나머지는 흐지부지 됐다.

일본의 식민지로 살았던 한국의 친일파와 독일에 점령당했던 프랑스의 나치 협력자들에 대한 청산 과정과 결과는 전혀 달랐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를 후손들에게 뭐라고 이야기 해줄 수 있을까?
아니, 이런 비극적인 역사가 대한민국에서 또 다시 되풀이 된다면 우리는 자식들에게 과연 어떻게 대처하고 처신 하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을까?
이 일을 어찌해야 할꼬!

<유영집 / 법학박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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