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리밍으로 보는 새 영화 ‘나의 개 스튜피드’ (My Dog Stupid) ★★★★(5개 만점)
▶ 주인공 연기 아탈 감독의 부부관계 다룬 프랑스영화, 개 들어온 후 바뀌는 삶…진지하면서 경쾌하게 그려
50대 작가의 중년의 위기와 함께 그와 그의 아내 및 4남매간에 일어나는 갈등과 충돌과 끈끈한 가족 관계 및 느낌을 잊어버린 마음의 공허 그리고 정체성의 위기를 진지하면서도 경쾌하게 또 무게가 있으면서도 코믹하게 다룬 프랑스 영화다. 원작은 미국 작가 존 팬테의 소설.
배우이자 감독인 이방 아탈의 작품으로 그가 아내이자 배우인 샬롯 갱스부르와 함께 만든 부부관계를 다룬 3부작 ‘내 아내는 배우’(My Wife Is an Actress·2001)와 ‘그리고 그들은 내내 행복하게 살았노라’(And They Lived Happily After·2004)에 이은 제3편이다.
영화가 다소 장황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작품의 사실성에 공감을 하면서 화면 속으로 빨려들게 만드는 좋은 영화다. 삶의 희로애락을 솔직하면서도 자애롭게 웃음과 고뇌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얘기하는데 특히 주인공 또래의 남편이자 아버지들에게 어필할 것이다.
작가 앙리(아탈)는 박학다식하나 와이트 와인과 신경안정제를 상용하는 아내 세실(갱스부르)과 다 큰 4남매와 함께 뒤에는 산이요 앞에는 바다가 있는 아름다운 대저택에서 살고 있다. 앙리는 25년 전에 베스트셀러를 써 상이란 상은 다 받았지만 그 후로는 싸구려 소설만 써 자괴감이 크다. 앙리의 꿈은 집을 팔고 자기가 청년시절 공부한 로마로 이주하는 것.
그러다보니 아내와 아이들과의 관계도 원만할 리가 없는데 둘은 마음 속 깊이 서로를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다툼이 잦다. 사랑과 증오가 뒤범벅이 된 관계로 앙리는 세실을 “술과 약물 중독자”라고 힐난하면 세실은 앙리를 “오만하고 이기적이며 게으르고 돼먹지 않았다”고 응수한다.
앙리는 자신의 출판사 편집인에게 “내 아이들은 내 두뇌와 은행구좌를 빨아먹는 기생충들이니 내가 어찌 작품의 영감을 찾겠느냐”고 투덜댄다. 25세난 장남 라파엘(벤 아탈)은 대마초를 상용하는 백수요 24세난 딸 폴린(아델 위스메)는 으스대는 군인 애인의 자랑에 들떠 있고 2남 노에(파블로 방잘)는 서핑에 몰두, 학교 수필도 어머니에게 대신 쓰게 한다. 막내 가스파르(파나이오티 파스코)가 제일 온전한데(?) 그도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 그런데 세실은 앙리와 달리 아이들을 어미닭처럼 보호한다.
어느 날 이 집에 길 잃은 거대한 검은 색의 개가 나타나면서 앙리와 그의 가족의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세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앙리는 이 개를 집에 들여놓고 이름을 ‘스튜피드’라고 지어준다. 그리고 앙리는 이 개를 자기의 현신처럼 여기면서 극진히 사랑한다. 성적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스튜피드가 저지르는 에피소드들이 우스운데 영화를 스튜피드의 눈으로 본 앙리의 삶이라고 해도 되겠다. 앙리와 스튜피드의 관계와는 달리 앙리가 자기 삶을 제대로 주체하지 못하는 바람에 그와 가족 간의 관계는 자꾸 멀어지면서 4남매가 하나씩 집을 떠나고(앙리는 장남이 집을 나가자 4-3=1이라고 센다) 세실에겐 새 애인이 생기는 바람에 앙리는 외톨이가 된다.
시간의 시련과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생존을 지켜나갈 수 있는 사랑의 능력을 말한 작품으로 아탈과 갱스부르의 콤비와 연기가 매우 사실적이다. 아탈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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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