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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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인생의 멋

2020-08-05 (수) 홍덕원 /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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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남은 인생을 멋있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해본다.

그런데 멋이 무엇인가 정의하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모자를 똑바로 쓸 것을 약간 삐뚤게 쓰면 멋이 있다고 느껴진다. 미녀가 유행의 최첨단 옷을 맵시있게 입으면 멋있게 보인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남들이 흉내도 못낼 정도로 유머스러운 조크를 적시적소에 하면 멋이 있다. 남들이 못하는 상식에 벗어나는 멋진 좋은 행동을 하면 정말 멋있게 느껴진다.


말하자면 정상을 벗어난 과격이 멋을 만든다. 멋은 질서와 그 규칙을 깨뜨릴 때 생긴다. 규칙에서 어긋나고 통일적인 양식을 슬쩍 무시해 버릴 때 사람들 눈에는 멋있게 보인다. 멋은 단지 보이는 것보다도 그림, 행동, 사상 등에서 보다 격조 높은 멋을 느낄 수 있다.

박목월의 시 ‘나그네’가 있다. ‘강 건너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한줄기 남도 삼백리/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구름에 달 가듯이 라는 시구가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는다. 이 시구가 멋을 말한다.

흘러가는 구름에 달이 가듯이 보이는 것은 여러 사람이 보고 알고 있었겠지만 이것을 시인의 눈으로 펼쳐 보인 것은 박목월 시인의 범상한 사상의 멋이다. 멋이 있는 한 폭의 그림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홍덕원 /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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