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벽 빛 편지] 사다리 타기

2026-05-1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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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시절 이야기입니다.
사다리 타기를 즐기는 내무반 고참이 있었습니다.
이 고참은 병사들의 불침번 시간을 사다리로 정했습니다.
병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침번 근무 시간은 새벽 1시~2시,
2시~3시입니다.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이어지는 취침 시간의 한가운데라
눈을 뜬 채 졸기도 합니다.
졸다가 중대장의 야간 순찰에 걸리면
한밤중에 팬티 차림으로 운동장을 도는 벌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다리만 타면
꼭 그 시간대에 걸리는 병사가 있어 늘 안타까웠습니다.

인생에서도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결정을 빠르게 내리는 방법으로
사다리 타기가 있습니다.
회식 장소 정하기, 야외 모임 장소 정하기,
수퍼보울을 함께 볼 장소를 정하는 일 등이 그렇습니다.
여럿이 함께 어울리다 보면 사소한 결정 하나에도 의견이 갈리고,
괜한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사다리 타기는
불필요한 오해와 감정 소모를 줄여주는 좋은 방법이 됩니다.
사다리 타기의 작은 요령 중 하나는 선택지에 약간의 재미를
섞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식당을 정할 때
아주 고급스럽고 비싼 곳과 시끄럽고 저렴한 곳을 함께 넣으면
결과를 기다리는 재미가 더 커집니다.

그 불침번 사다리에서 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병사는 바로
필자였습니다.


오늘의 사색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소한 선택 앞에서 시간을 허비합니다.
모두가 만족한 결정을 하려다 오히려 피곤할 때가 있습니다.
사소한 선택을 할 때는 가볍게 하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때로는 결과보다 과정의 가벼움이 삶을 더 자유롭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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