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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페이스K’ 탄생의 꿈

2026-05-14 (목) 01:36:13 이영태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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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글로벌 투자자 관심은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6월 나스닥 상장에 쏠려 있다. 공모 예상액이 역대 최대였던 석유기업 아람코(294억 달러)를 두 배 이상 웃도는 750억 달러다. 직접 공모에 참여할 방법이 마땅찮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우주산업 ETF나 스페이스X 지분 보유 기업 등에 우회 투자한다. 너도나도 스페이스X의 미래에 베팅하는 것이다.

■ 머스크가 “인류를 다행성 종족으로 만들겠다”며 2002년 창업할 당시만 해도 ‘괴짜 프로젝트’쯤으로 여겨졌다. 우주 발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러시아 국영 우주기관, 록히드마틴 등 군산복합체 영역이었다. 팰컨1의 세 차례 발사 실패는 냉소를 더 키웠다. 그럼에도 머스크는 당당했다. 스페이스X가 지난해 로켓을 쏘아올린 건 무려 170회. 재사용 발사체 기술로 우주 발사 비용을 낮춰 민간 우주산업 시대를 열어젖혔다.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유럽의 자존심 아리안스페이스, 고졸 엔지니어의 로켓랩 등 추격자 도전도 매섭다. 우주 전장은 민간기업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됐지만, 우리 기업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5%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대주주인 정부가 민영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KAI 인수전 예비 참전을 공식화한 셈이다. 인수에 성공한다면 우주발사체와 관측·통신 위성, 탐사(한화)와 완제기 및 중대형 위성 개발(KAI) 역량이 결합된 막강 우주기업이 탄생할 수도 있다. LIG D&A(옛 LIG넥스원) HD현대중공업 등도 기회를 엿본다.

■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정부로선 핵심 방산기업을 민간에 넘기는 부담이 크다. “정치 입김으로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우려에도 역대 정부가 번번이 손을 뗀 이유다. 하지만 우주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늦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민영화 시 방산 독과점 논란도 해소해야 한다. 그래도 반도체를 이어 한국을 먹여 살릴 산업이 보이지 않는 지금, 우주 전쟁에 버젓이 명함을 내밀 수 있는 한국판 스페이스X, 이른바 ‘스페이스K’가 나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이영태 한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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