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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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에

2020-07-25 (토) 김덕환 실리콘밸리 부동산업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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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해가 지평선에 걸려 넘어가기 직전 안 넘어가려고 몸부림치는 듯한 순간의 노을은 정말 아름답다. 이곳 북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베이의 해변 습지에서 바라보는 해진 뒤 한시간 정도 지난 어두운 하늘, 저 깊은 곳으로부터 뿜어져 올라오는 검붉은 잔양이 아스라한 이른 밤하늘도 너무 아름답다.

나는 지금 아주 오랜 영원과도 같은 시간 만에 우리가 살고 있는 밤하늘에 다시 찾아왔다는 진객을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소년처럼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인적 드문 밤 바닷가에 나와 있다. 낮 시간에는 썰물로 바닥을 드러냈던 갯벌위에는 어느새 깊게 밀물이 들이찼다. 이리저리 일렁이는 검은 물결이 달빛에 반사되니 풀벌레들만 찌륵거리는 고요한 해변에는 적막이 흐른다.

혜성 네오위즈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구에 근접하는 혜성 중 최대의 혜성은 약 75년 주기로 방문한다는 핼리 혜성인데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전인 지난 1986년 지구에 근접했을 때 온 지구인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었던 기억이 새롭다. 오리건 주 경계 부근에 위치한 고도 1만4,000피트의 샤스타 마운틴, 234년전인 1786년에 마지막으로 폭발했던 아름다운 휴화산 산록의 호숫가에서 로컬 사진작가가 새벽에 찍었다는 사진을 보니 혜성이 긴 꼬리를 호수의 수면에 투영한 모습으로 찍혔는데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호수에 비친 모습까지 사진에 담겼으니 나도 육안으로 볼 수 있다는 기대를 했던 것이다.


어둠 속에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보니 두어명의 아마추어 천문인들이 삼각대 위에 천체망원경을 올려놓고 또 손에는 구 소련시대의 골동품일 것 같은 대형 망원경을 들고 열심히 혜성을 찾고 있었다. 찾았는지 물어보니 저 멀리 해가 진 방향에 위치한 공원에서 보이는 세 그루 나무 중에서 가운데 나무 바로 위, 그 나무의 키만큼 떨어진 높이에 있다고 알려준다. 나는 아무리 눈에 힘을 주고 그쪽을 바라보아도 혜성은 도통 오리무중 찾을 길이 없다.

어느새 밤 10시. 멀리 바다 건너 이스트 베이의 나트륨등 불빛이 시야를 간섭한다. 칠흑같은 하늘이 아니라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는 걸 알고 소형일망정 망원경을 챙겨오지 못한 나는 못내 아쉬워졌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하는 하수상한 시절만 아니었다면 넉살 좋게 망원경 한번만 보자고 했을 텐데 철없이 그럴 수도 없는 일이다.

망원경으로 한참이나 혜성을 바라보던 친구는 금성은 저기 있고 목성은 저기 있다고 내게 친절히 가르쳐주지만 국자모양의 북두칠성과 그 국자의 손잡이 끝에 있는 별인 폴라리스(Polaris) 북극성 정도만 찾아낼 수 있었고 나머지 태양계의 별들은 도대체 드넓은 저 밤하늘 어디에 있는지 찾을 도리가 없다.

천체 망원경을 통해 내 눈으로 태양계의 별을 볼 수 있었던 귀한 기회가 딱 한 번 있었다.

한국의 웬만한 4년제 대학 못지않은 멋지고 넓은 캠퍼스의 풋힐 칼리지에서 커뮤니티 특별 교육 프로그램으로 천체 망원경으로 별을 탐사하는 세션을 연다는 공지를 로컬 신문에서 봐두었다가 참가했던 것이다. 벌써 7년쯤 전의 일이다.

교수님이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 밤하늘을 서에서 동으로 빠르게 가로지르며 흐르는 별모양의 우주정거장을 바라본 뒤, 차례를 기다려 교수님이 잘 조준해놓은 장통의 천체 망원경 안을 들여다보았다. 세상에나… 정말 여러 개의 멋진 고리가 돌고 있는 토성이 보이는게 아닌가. 지구가 동쪽으로 자전하고 천체도 운항을 하기 때문에 수동식 천체 망원경으로는 초점을 별에 맞춰 계속 조정하지 않으면 놓치게 된다는 설명도 피부에 깊이 와닿았다. 태양계에서 목성 다음으로 큰 별이라지만 망원경 안에서는 쌀알만큼 작게 보였던 고리 달린 아름다운 토성을 내 육안으로 직접 바라봤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코로나로 근 6개월째 얼굴 한번 보지 못한 동문이나 지인들은 이렇게 카톡으로 6,800년 주기로 찾아왔다는 네오위즈 혜성 소식과 관찰 경험 등을 서로 나누며 안부를 전한다. 코로나의 위세에도 시들지 않고 근황을 나누는 혜성보다도 멋진 그들이 있어 우리는 이 지루한 기간을 이겨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덕환 실리콘밸리 부동산업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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