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들 장관

2020-07-24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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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Mt. Pinos ( = Iwihinmu; 8,831’ )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들 장관

Jeffrey Pine이 즐비한 싱그러운 등산길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들 장관

평탄한 지형의 Mt. Pinos Summit Botanical Area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들 장관

해발고도 8340’인 Mt. Pinos Trailhead 주차장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들 장관

안내판과 벤치가 있는 Tumamait Trailhead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들 장관

Story Teller‘Vincent Tumamait’ 기념석


국보 제180호인 추사 김정희선생의 세한도는 단순소박한 집 하나에 세 그루의 잣나무(백) 그리고 한 그루의 소나무(송)를 그린 것이 그 전부이다. 세부적인 묘사도 채색도 없이 오로지 검은 먹물로 뼈대만 거칠고 투박하게 그렸는데, 아무래도 이 그림의 주인공은 의연히 늙은 한 그루 소나무가 아닌가 싶다. 모진 겨울의 폭풍한설을 맨몸으로 굳굳히 견디며 한줄기 푸르름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고결한 선비의 기개를 담은 것이리라.

비단 이 그림이 아니더라도, ‘솔’이라고 불리는 이 나무는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소중함이 있다. 한국땅 어디라도 산수의 경개가 빼어난 곳이라면 거의 예외가 없다시피, 그럴듯하게 볼만한 소나무숲이 함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름난 산이나 사찰 또는 유서깊은 마을이나 묘역 주변에는 변화무쌍 예측불허로, 굽음과 뻗침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는 노송들이 있어 사람들의 사랑과 감탄을 자아낸다. 보통의 나무들이 대개는 중심줄기나 가지들이 거의 직선형태로 반듯하게 뻗어가는 것과는 크게 다른 양상이다.

추사의 얘기가 나온 마당에 각양각색의 나무들을 붓글씨에 비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즉 감나무 밤나무 사과나무 후박나무 등 보통의 여러 나무들을 그 생김새에 따라 해서나 행서 예서 초서 등으로 적절히 비유해 본다면, 세한도에 그려진 강직대범한 한 그루의 노송은 영락없는 추사체 그 자체라고 할 만하다. 그런 의미에서는 강건과 파격의 추사의 글씨체를 ‘송백체’라고도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 남가주의 산을 다니며 만나게 되는 소나무들은 어떤가. 워낙 다종다양한 소나무들이 있어 한 마디로 뭉뚱그려 획정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는 크고 곧게 자라는 특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의 소나무들과 그래도 많이 유사해 보이는 종으로는 우선 Jeffrey Pine이나 Ponderosa Pine이 떠오르는데, 대개는 굵고 크고 곧다는 특성을 가질뿐, 한국의 노송들처럼 그렇게 굽고 휜 그런 독특한 모습은 보기 어렵다. 해발고도 9000’ 이상에서 주로 보게되는 Limber Pine에서 약간 뒤틀린 자태를 볼 수 있는데, 한국노송의 파격적인 굴곡과는 많이 다르다.

그러나 남가주의 고산에 자라나있는 소나무들 가운데는 그 엄청나게 큰 키와 굵기로 하늘을 온통 떠받치고 있는 Titan인양 우뚝한 나무들이 있어, 찬탄과 외경감을 금할 수 없는 일이 빈번하다.

오늘은 산의 이름이 ‘솔뫼’라는 의미를 가진 Mt. Pinos를 안내한다. Pinos란 스페인어인데, 영어의 Pines와 같은 뜻이다. Los Padres 국유림에 속해 있으며, Los Padres National Forest와 Ventura County의 최고봉으로 해발고도가 8831’(2689m)에 이르는 고산이다.

이 지역의 토착민인 Chumash인들은 이 산을 ‘이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며 신성시했다고 한다. 거대한 소나무들 사이로 나있는 평탄한 길을 걸으며 평화로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왕복 4마일에 순등반고도가 500’에 불과하여 2~3시간이면 왕복산행이 가능하다. 가족이나 연인들이 소풍을 겸해서 찾아갈 만한 좋은 산이라 하겠다. 겨울에는 때로는 온통 눈에 덮인 세상이 되므로 Ski Lift의 도움이 필요없는 Cross-country Skiing을 즐길 수 있다.

등산이 익숙한 분이라면 인근에 있는 Sawmill Mountain(8818’)과 Grouse Mountain(8650’)을 망라하여 3개의 산을 오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이 경우에는 왕복 11마일에 순등반고도가 2100’ 내외가 되며, 7~8시간 쯤이 걸린다. Cerro Noroeste(8280’)라는 산을 하나 더 추가하면 왕복 16마일의 산행이 된다. 이 경우에는 상세한 등산지도를 휴대하여야 겠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는 우선 Freeway 101 North로 들어간다. 곧 Freeway 170 North로 갈아타고 다시 Freeway 5 North를 탄다. LA에서 대략 65마일이 되는 지점에 이르면 Frazier Mountain Park Road가 나온다. 출구번호 205번이다. 출구로 나와서 좌회전하고, 자동차의 주행거리계를 0으로 해놓고 다음과 같이 주행한다.


7.2마일이 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Rockwood Valley Road가 갈라진다. 우리는 직진하여 Cuddy Valley Road를 따라간다. 12.4마일지점에서는 오른쪽으로 Mil Potrero Road가 갈라지는데, 직진인 Mt. Pinos Road를 따라간다. 22.5마일에 이르면 운동장같이 넓은 주차장에 들어서게 된다. 깔끔하게 포장이 되어 있고 주변의 송림이 울창하며 이 지점의 고도가 8340’(2540m)에 이르기에 공기가 한결 청량하다. Mt. Pinos Nordic Base라는 간판의 건물이 있다. 이곳에 주차한다. LA 한인타운에서 대략 89마일을 달려 온 곳이다.

등산코스

건물의 왼쪽으로 차량통제게이트가 있고 그 너머로 비포장도로가 이어진다. 게이트가 열려있으면 차를 타고 Mt. Pinos의 정상까지 갈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Ground Clearance가 높은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대개는 게이트가 닫혀있어 이 길을 따라 걸어서 산행을 한다.

Nordic Base라는 건물은 겨울철에 Cross Country Ski를 즐기려고 이 산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이겠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초대형 소나무들이 아름답다. 거목들의 생김새로 보면 Jeffrey Pine이거나 아니면 Ponderosa Pine일 것으로 짐작되나 외관만으로는 그 구분이 쉽지 않다. 이럴 경우에는 나무 아래에 떨어져 있는 솔방울을 살펴봐야 한다. 솔방울의 크기가 서로 다르다. 보통 Ponderosa는 그 크기가 10cm미만인데, Jeffrey는 10~15 cm에 이른다. 그러나 더욱 신뢰할만한 구별은 솔방울에 나있는 가시를 살피는 것이다. 가시가 밖을 향하여 있어 솔방울을 집은 손을 찌르는 것은 Ponderosa이다. Jeffrey Pine의 솔방울의 가시는 안쪽을 향하고 있어 손이 잘 찔리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이 주변의 장대한 거목들은 Jeffrey Pine으로 판단된다.

Pantheon신전의 석주들을 연상케 하는 Pinos지대를 지나면, 제법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초원같은 평탄한 지형이 된다. Mt. Pinos Summit Botanical Area로 불리우는 특별관리지역이다.

등산길로 이용되는 비포장도로는 완만하고 널찍하다. 처음에는 북서쪽을 향하여 나아가다가 나중에는 서쪽을 향하게 된다. 머잖아 앞으로 초원위에 섬처럼 도톰하게 솟아있는 수목지대가 보이는데, 그 중앙에 통신안테나가 서있는 곳 인근의 고점이 Sierra Club에서 인정하는 Mt. Pinos의 정상이다.

도로는 수목지대의 왼쪽기슭을 에돌아 가운데의 정상으로 이어진다. 통신안테나의 바로 북쪽 돌무더기에 정상등록부가 있다. San Andrea 단층이 이곳에서 멀지 않게 북서쪽으로 지나간다.

서쪽으로 길을 따라 0.2마일을 가면, Tumamait Trailhead라는 팻말이 서있고, 그 다음에는 큼직한 기념비 형식의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에는 “Iwihinmu(Mt. Pinos) - A world of balance”라는 제목하에 이 산과 이 지역, 또 사람과 동식물에 대한 설명이 있다. 실제적으로는 이곳이 Mt. Pinos의 정상이라고 느껴진다.

Chumash인들은 약 1억년전에 생성된 이 산을 Iwihinmu라고 불렀고, 특히 정상부를 Liyikshup(The center of the world)라고 부르며 매우 신성시했다고 하는데, 아닌게 아니라 정상에 서서 한없이 펼쳐지는 드넓은 사방천지를 굽어 보노라면 과연 이 곳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그들의 믿음에 십분 수긍이 간다. Sespe, Dick Smith, San Rafael, Chumash 등의 Wilderness들을 볼 수 있으며, 운이 좋을 경우에는 펼친 날개길이(Wingspan)가 9’에 달하고 평균적으로 몸무게가 20파운드가 된다는 신성한 새 ‘Almiyi(California Condor)’가 높다랗게 Iwihinmu의 창공을 나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안내판의 오른쪽에는 Vincent Tumamait(1919~1992 )라는 Chumash ‘Storyteller’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원시로 부터 부족에 전승되어오는 전설과 삶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를 통해 우리 남가주민들에게 소중한 영감과 교훈을 남겨준 훌륭한 분이었나 보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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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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