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을 사려고 퀸즈의 한인 마켓에 갔다. 야채부에 들러 사과를 사려는 데, 앞에서 한 오십쯤 되어 보이는 남자분이 사과를 열심히 고르고 있었다.
한 발짝 떨어져서 그 분이 고르기를 기다리며 서있는데, 거의 위아래 사과를 뒤집고 또 헤치고… 사과가 아프다고 신음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나는 그만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친구와 차 한잔 마시면서 우연히 마켓의 그 아저씨에 대해 얘기를 했다. 내가 조금 예쁘지 않고 품질이 좋지 않은 사과를 고르면 다음 사람이 좋은 사과를 먹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더니, 친구의 반응은 거의 폭발적이었다. 큰 소리로 웃으며 손사래 치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힐 정도였다.
휴지로 눈물을 찍어내며 잠시 숨을 고른 후에 그녀가 말했다. “사과 고를 때 나도 그래” 하면서 다시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녀의 웃음 속에는 다소 아름답지 못했던 행동에 대한 계면쩍고 후회스러운 모습이 배어있었다.
친구는 “나도 다음부터는 위에서부터 손길도 부드럽게 조심조심 과일을 골라서 담아야겠다”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리의 생각은 일치를 보았다.
도토리 키재기 같은 일상의 무심코 하는 행동이 우리들을 불편하게 하기도 하고, 사람을 작게 보이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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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우 / 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