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 한 차례 긴장고조와 긴장완화의 양태를 보였다.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 살포로 시작된 북한의 긴장 고조는 6월 23일 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예비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군 총참모부의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함으로써 일단 막을 내렸다.
3주간의 긴장고조 기간 중, 북한은 모든 남북통신선을 끊고, 남한이 약 1,500만 달러를 들여 개성에 마련한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북한은 더 이상 남한과 상대하지 않겠다고 수 차례 다짐했다. 6월 17일만 해도, 북한의 권력 2인자인 김여정은 문 대통령의 제1차 남북 정상회담 20주 기념사에 대해서, “철면피한 궤변” “신의 배반” “대미 굴종” 등으로 신랄하게 비판했다.
북한이 보류한 대남군사 행동 계획은 개성과 금강산 지역에 군사력 재배치, 군사분계선 감시초소 재무장, DMZ 인근 군사훈련 재개, 대남 전단 살포 지원 등이 포함되었다. 하지만, 전쟁 재발을 유발할 수 있는 특대형 도발의 위협성 경고는 없었다.
북한군대는 김정은의 대남군사행동 계획 보류 결정이 나자마자, 일선에 재설치했던 대남 확성기들을 서둘러 철거했고, 평양의 선전 매체들은 남한에 대한 비난 논평들을 중단하거나 이미 발표한 대남 비판글들을 웹사이트에서 제거하였다.
김정은은 인민군의 군사행동계획을 “보류” 했을 뿐, 취소하거나 철회한 것은 아니다. 상황이 변하면, 재고 내지 부활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6월 24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정경두 국방장관이 “보류”가 “철회”로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해서 “도가 넘는 실언”이라고 질책하면서, “우리의 ‘보류’가 ‘재고’로 될 때에는 재미없을 것” 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의 보도에 의하면, 김정은의 결정은 “조성된 최근 정세를 평가하고” 난 뒤에 이뤄졌다고 한다.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군사행동을 일단 중단하기로 했다는 의미다.
그들은 “최근정세”로 보아 다음과 같은 그들의 목표가 상당 정도 달성되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1) 대북전단 살포 저지 또는 최소화 2) 지도자 존엄 훼손에 대한 인민의 분노표출, 지도부에 대한 충성 결집 3) 내부 경제 불만을 남한으로 돌림 4) 미국으로 부터 자주권을 행사하라는 한국에 대한 압력 - 남북협력에 걸림돌이 된 한미 워킹 그룹 기능 약화 압력 포함 5) 미국에 대한 북한의 존재감 과시, 그리고 6) 정권 승계 가능한 김여정의 지위확립 (이 목표는 확실치 않음)이다.
반면에 군사행동을 강행할 경우 불리해질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반대급부들도 동시에 고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1) 2017 년 “화염과 분노” 로 복귀시 항공모함들과 전략폭격기들을 동원하는 대 규모 한미 군사훈련의 부활 2) 원치 않는 한미동맹의 강화 3) 남한의 경제력 우위로 인한 대남심리전의 취약성 -- 확성기 또는 전단 작전에서 남한에 상대적으로 불리함, 그리고 4) 남한내 진보 내지 중도층의 북한 반대 세력화 가능성 등이다
북한은 한국의 통일부 장관의 사퇴가 자신들의 공세 때문이었음을 알고 있다. 그 보다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그래도 전의 보수정권들 보다는 북한에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김정은, 김여정 남매가 악역과 착한 역 (Bad Cop, Good Cop) 의 역할을 처음 부터 나누어 한 것 같지는 않다. 긴장고조 기간중, 김정은은 직접 나서지 않았을 뿐, 연락사무소 폭파와 같은 행위는 그의 허락 없이 감행 할 수 없는 조치이다. 다만, 김여정이 긴장고조에 압장 섰고, 자신이 위탁한 총참모부의 군사계획을 김정은이 일단 거부한 후에, 그녀의 위상이나 영향력의 변화여부는 앞으로 지벼봐야 할 대목이다.
변함없이 확실한 것은 북한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최종결정을 하고, 나머지는 그를 따른다는 사실이다. 한편 한국정부는 대북전단 단속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지나친 모욕적인 언행에, 유감을 표시했을 뿐, 굴욕에 가까운 자제를 보였다. 이게 바람직한 일인가?
6월 25일 한국전쟁 발발 제 70주년을 맞아, 문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국은 전쟁을 반대하며, 평화속에서 북한과 함께 잘 살게 되기를 바란다고. 그는 비핵화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통일은 평화가 오랜동안 지속된 후에나 생각할 수 있다고도 했다.
최근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에서 저하로 변한 것은 다행이다. 이제 문제는, 남한과는 말도 하지않겠다고 다짐한 북쪽과 어떻게 대화를 다시 시작 할 것인가? 이런 국면이 처음도 아니다. 숨고르기가 끝나면, 방법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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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