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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그리운 버클리에서의 일상 5가지

2020-06-16 (화) 허경 (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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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맑은 하늘: 심한 미세먼지에 익숙해진 나에게 버클리의 하늘은 너무나 소중하다. 날씨가 좋은 버클리의 하늘은 투명하듯 맑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하늘의 색깔과 구름의 결에 감탄하며 집에 오는 것은 나만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도서관에서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나와서 보는 시야를 가릴 높은 빌딩없이 탁 트인 별 많은 하늘이 참 그립다.

2. 자유로움: 자취를 하는 동안에는 내가 만드는 모든 결정에 책임이 따르지만 내 생활을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직접 번 돈으로 눈치보지 않고 아마존에서 쓸데없이 메탈 버블티 빨대를 주문할 수 있다.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15불을 들여 산 3개의 버블티 빨대가 쓸모 없다는 걸 직접 깨달을 수도 있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배우는 자립심은 성인 누구에게나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3. 직접 하는 요리: 떡볶이가 먹고 싶으면 마지막 수업이 끝나자마자 떡볶이 떡과 김말이 튀김까지 야무지게 사온 후 맛있는 한 끼를 차려먹을 때야말로 나에겐 완벽한 한 주의 마무리이다. 지금은 냉장고 문만 열면 밑반찬이 있고, 남은 재료가 있어서 직접 요리를 할 필요가 없다. 원하는 끼니를 열심히 일주일을 보낸 내 자신에게 선물하는 뿌듯함이 그립다. 물론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이 백배 맛있지만.


4. 개인주의: 나는 개인적으로 누가 타인의 외모나 옷차림에 대해 지적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한국에서 이것은 어디에서나 매우 흔한 일이지만, 난 어렸을 때부터 이 문화가 너무 불편했다. 버클리에서 생활하면서 제일 편안한 것은 와이어 브래지어를 거의 한번도 입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브래지어를 아예 입지 않는 여성들도 정말 많은 편이고, 그것에 대해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문제를 삼지 않는다. 요즘 출근과 외출을 할 때마다 반강제로 소화 불량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5. 소중한 사람들: 집에 있는 것이 답답할 때 친구들과 즉석으로 차를 빌려 샌프란시스코에 밤 나들이를 가는 것도, 남자친구와 밤에 손잡고 20분을 걸어 학교 반대쪽에 있는 서울 핫도그에서 감자 핫도그를 하나씩 먹는 것도, 댄스 동아리 친구들과 한 학기 내내 땀흘리며 준비한 무대를 마치는 것도 다 너무 그립다. 버클리에 돌아가 이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하루 빨리 다시 느끼고 싶다.

<허경 (UC버클리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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