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으로 잘 알려진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1913년 11월 7일 당시 프랑스령이던 알제리 몽비도에서 태어나 빈민가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마흔 네 살에 최연소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고, 3년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쓴 페스트라는 소설은 프랑스 식민지인 알제리의 수도 오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상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의사 베르나르 리유는 출근길 계단에서 처음으로 죽은 쥐와 마주친다. 근처에 있던 경비원에게 죽은 쥐에 대해 말을 하자 경비원은 지금까지 우리 건물에 쥐가 한 마리도 없었으므로 누군가가 장난을 친 것일거라면서 펄쩍 뛰는데 리유는 퇴근길에 피를 토하면서 몸부림치며 죽어가는 쥐를 또 발견한다. 그리고 나흘째 되는 날에는 쥐들이 떼를 지어 거리로 나와 죽는다.
4월 16일 처음 죽은 쥐를 발견한 날로부터 겨우 2주가 지난 28일이 되자 하루동안 죽은 쥐의 숫자는 8천마리가 넘는다. 사람들은 그 원인을 모르기에 불안하고 공포에 떨기 시작한다. 이때 죽은 쥐를 치우던 경비원이 병든다. 목과 겨드랑이, 사타구니, 임파선에 멍울이 생기고 온몸에 반점이 돋아났다. 금방 죽을 것 같다며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열은 40도를 넘나들고 불그레한 담즙을 토해내며 끊임없이 헛소리를 하다가 발작을 일으키면서 숨이 끊어진다.
이렇게 열병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급증하자 리유는 시체를 격리시키고 보건위원회를 소집하여 사태의 심각성을 밝히고 병명을 페스트로 진단하길 원하나 동료 의사들은 선뜻 페스트라고 진단하길 주저한다. 페스트는 역사상 이미 30차례나 발생했고 1억에 가까운 인명을 인류의 대 재앙이었기 때문이다. 리유가 환자들을 격리시키고 의사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으나 사망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마침내 오랑시의 주지사는 페스트 사태를 선언하고 도시를 폐쇄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시민들은 독안에 든 쥐 신세가 되어 기약없이 창살없는 감옥살이를 시작한다. 6월이 되고 더위가 시작되자 매주 7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도시 전체가 혼란과 공포에 휩싸이게 되자 두 종류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하나는 사람들이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상황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서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자원 봉사대를 만들어 의사들을 도운 사람들도 있었다.
여름내내 오랑이라는 도시 전체를 휩쓴 페스트는 묘지와 화장터를 포화상태로 만든다. 사람들은 추위가 오면 페스트가 물러갈 것으로 기대하지만 12얼이 되어도 페스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지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기 시작했다. 나 혼자만 겪는 고통이 아니고 모든 사람이 겪고 있으며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이 다가 오자 사람들은 포기하게 되고 절망에 내몰리게 된다. 도시 전체가 한점 희망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모질고 질긴 겨울을 견디자 이윽고 쥐들이 다시 거리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1월이 되자 통계표에서 사망자 숫자가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내 2월이 되자 오랑시의 문이 활짝 열린다. 살아 남은 사람들은 밤낮없이 손을 맞잡고 성대한 축제를 벌였다.
카뮈는 이 작품을 통해 말한다. 인간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페스트의 병균들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수십 년간 가구나 옷 속, 방구석이나 어둡고 음침한 지하실 어느 모퉁이에서 잠자고 있다가 언젠가 때가 되면 페스트가 또다시 진화한 모습으로 저 쥐들을 깨워 인류를 다시 죽음의 공포 속으로 몰아 넣을 지도 모른다고…
여기까지는 약 80년전 나온 카뮈의 페스트라는 소설 이야기지만, 오늘 우리 인류가 겪고 있는 코로나 19 이야기와 너무나 닮았다. 처음 중국 우한에서 폐렴이 발생했을 때 이 병의 위험을 경고했던 의사 ‘위먼량’에게 중국정부는 그의 경고를 무시하고 처벌할 것을 결정했고 그는 본인이 전염되어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나는 갑니다. 훈계서 한 장 가지고”라는 매우 슬픈, 차라리 한 편의 시와 같은 유서를 남기고 이 땅과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현재 전세계에서 400만명의 확진자와 20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고 현재도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진행중이다. 1918년 스페인에서 발생한 독감의 경우 발생 후 2년만에 전세계에서 5천만명의 사망자를 냈던 기억을 상기하면 오늘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법은 만인 앞에서 평등하다고 했지만 과연 그럴까? 코로나19가 사람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수많은 죄 없는 목숨을 앗아간 것은 맞지만 부자나 가난한 사람, 지위가 높거나 낮은 사람, 모두를 차별하지 않음으로써 진정한 평등이란 게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었으며 모처럼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주었다. 우리는 머지 않아 오랑에 쥐들이 다시 나타나듯 코로나 19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것이다. 집에서 갇혀 지내는 삶 속에서 비로소 나를 돌아보고 이웃을 생각하는, 지금까지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해결해주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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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최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