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폭력에 의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전국적 항의시위에 한인들도 적극 동참했다. 많은 한인들이 각지의 시위에 합류해 인종차별 종식을 외쳤으며 지난 주말 LA 코리아타운과 뉴저지 등지에서는 한인들이 중심이 된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집회에는 다양한 인종의 주민들이 참가했다.
코리아타운 시위 참가자들의 발언에서는 인종화합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60대의 한 한인은 “48년을 이곳 LA에서 살았고, 1992년 LA 폭동도 겪었다”며 “28년 전 폭동 때는 왜 우리가 애꿎은 피해를 봐야 했는지 이해를 못했지만, 흑인과 함께하는 것이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길임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시위에 동참한 한 흑인여성은 “이기적으로만 여겼던 한인들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1992년 4.29 폭동은 한인사회에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물리적 피해와 함께 치유하기 힘든 심리적 상처를 남겼다. 피해자 대부분은 영세 한인업주들이었다. 그러나 이 비극을 통해 한인사회는 교훈을 얻었다. 한인사회는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이웃들, 그리고 다른 소수민족 커뮤니티들과의 화합과 연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한 것이다.
이후 한인사회는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한편 흑인을 비롯한 다른 소수민족 커뮤니티들과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인 노력을 쏟아왔다. 매년 4월29일이 되면 코리아타운에서는 인종간의 화합을 다짐하는 평화 대행진이 열려왔다. 대행진의 구호는 “우리는 하나”이다.
이런 깨달음과 교훈이 이번 플로이드 사망 관련 항의시위에 한인들의 적극적으로 동참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일부 폭력적 시위대에 의해 약탈 피해를 입은 한인업소들에게 지역주민들의 온정이 답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민들이 앞장서 업소 돕기 온라인 모금운동을 벌이는 한편 직접 피해 업주들을 찾아가 돈과 위로를 건네고 있다. 평소 한인업주들이 지역사회에 뿌린 선의의 씨앗이 어려울 때 도움의 손길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까지 플로이드 사망과 관련한 항의시위가 벌어진 것 또한 특기할만하다.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시위에는 한국인들과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함께 참여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청년은 “미국 내 인종차별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다민족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만큼 연대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사실 한국인들은 같은 외국인이라 해도 유색인종과 백인을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랐다. 오래 전 한국의 한 TV방송사가 실시한 실험을 본 적이 있다. 길을 가던 외국인이 한국인에게 다가가 휴대전화를 한번 쓸 수 있겠느냐고 묻는 관찰실험이었다. 백인들이 요청했을 때는 80% 정도가 전화기를 빌려주었지만 흑인이나 동남아 사람들이 요청했을 때는 거의 빌려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차별적인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한국이 점차 다민족 사회가 되고 외국인들과의 접촉이 일상화되면서 이런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한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열린 것은 바로 이런 변화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한인들은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이 다른 소수민족들, 특히 흑인들의 희생과 투쟁의 결과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수많은 흑인 민권운동가들이 피 흘려 쟁취한 민권을 우리는 아무 수고 없이 온전히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러니 이번과 같은 이슈가 발생했을 때 남의 일 구경하 듯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우리 미래를 위한 전략적 참여일 뿐만 아니라 같은 소수민족으로서 도덕적 책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