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파’식 중국의 행태, 그 까닭은…
2020-06-01 (월)
옥세철 논설위원
한 마디로 거침이 없다. 국경을 맞댄 모든 전선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국제사회의 여론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건지 ‘막가파’식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1인 독재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이 하는 짓이 그렇다는 말이다.
미국이, 영국이, 더 나가 세계 전체가 코로나 19와의 싸움에 여념이 없다. 그 틈을 타고 중국은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해대고 있는 것이다.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마라’-. 윈스턴 처칠이 한 말이었던가. 베이징은 그 격언을 아주 ‘중국스럽게’ 전 세계적으로 확대해 적용하고 있다고 할까.
베트남 선박이 침몰됐다. 인도네시아 어선은 쫓겨나고 말레이시아 석유탐사선과는 대치하는 신경전을 벌였다. 중국의 해양감시선이 남중국해에서 벌인 일련의 행태다. 동중국해에서는 중국함정의 일본 전관수역 침해사건이 기록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센카쿠 열도 인근 해역에서는 오히려 중국의 해양감시선이 일본 어선을 추적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만 해협에는 중국의 항공모함이 출몰,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 뿐이 아니다. 중국과 인도가 만나는 국경지대에 위치한 히말라야 서부 고원지대에서는 양국 군인들의 충돌상황이 벌어졌다. 이 모두가 코로나 19 위기 대처에 국제사회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던 지난 수 주간에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내려진 조치가 홍콩의 정치적 자유에 대한 사망선고다.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일국양제 공약을 사실상 파기한 것. 그러니까 중국내 인권운동가, 티베트 주민, 신장성의 위구르인들을 다루듯이 홍콩시민에 대한 마구잡이 인권탄압의 길을 연 것이다. 중국은 이제는 아예 드러내놓고 근육을 자랑한다고 할까. 이 같은 무력과시로의 태세전환의 까닭은 어디서 찾아질까.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지난 수년간 끊임없이 던져온 메시지는 극히 호전적인 중화 내셔널리즘이다.” 포린 폴리시지의 보도다. 2019년 이후 등장한 ‘늑대전사’로 불리는 일단의 외교관들이 바로 그렇다. 주재국에 심한 모욕을 안기면서까지 이들이 던지고 있는 메시지는 하나 같이 극단의 중화 민족주의라는 것. 그러니까 그 호전적 내셔널리즘의 발로가 이제는 외교적 수사나, 관세위협의 단계를 지나 무력과시란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늑대전사’식 태도는 일부 외교관들로 국한된 게 아니다. 중국 내 온갖 소셜 미디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이른바 ‘해설자’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대만침공을 대놓고 주장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이 퍼뜨렸다는 황당한 음모론을 공공연히 설파한다. 그러면서 홍콩 사태는 심하게 왜곡해 전한다. 요약하면 ‘우리 대 세계’ 구도를 설정, 중국인민은 저항해 싸워야 한다는 인식을 ‘늑대전사’식의 메시지를 통해 계속 주입시키고 있다는 것.
왜 그러면 코로나바이러스 창궐시점에 동시다발적인 군사적, 외교적 도발에 나섰을까.
“중국공산당은 그 궁극의 목표가 세계 지배인 마르크시스트-레닌주의 집단으로, 기만, 압제, 학살, 독재, 무신론, 그리고 끊이지 않는 투쟁이 그 체제의 문화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싱크탱크 시노인사이더의 지적이다.
그 중국공산당 체제가 여러 가지 위기에 봉착했다. 경제는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그 가운데 식량난이 덮쳤다. 실업인구는 늘고 있고 코로나 19 팬데믹 책임을 중국에 물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높아가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의 제 2의 냉전이 시작됐다.
삐끗하면 시진핑 1인 독재 체제가 무너질 판이다. 뭔가 국면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여러 전선에서 도발을 한다.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 그리고 인도와의 국경지역에서. 그러다가 꺼내 든 카드가 홍콩 목조르기다. 세계의 이목이 중국이 맞은 문제에서 벗어나 홍콩으로 쏠린다. 여기에는 국내 반대세력의 준동을 막는 책략도 숨겨 있다. 홍콩을 둘러싸고 공산주의 대 자유주의의 힘겨루기 프레임이 짜여지는 상황에서 시진핑 체제에 대한 국내세력의 도전은 매국의 배신행위로 몰릴 수 있으니까.
“중국의 공공연한 도전에는 다른 요인도 작용한 것 같다.” 포린 폴리시의 진단이다. 코로나 19로 허둥대는 미국, 그 모습을 보면서 중국은 뭔가 과대망상 비슷한 자신감을 얻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뒤따라 나오는 전망은 중국의 도발은 홍콩 목조르기 정도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거다.
‘홍콩에서 일국양제 보장을 일방적으로 깬 시진핑의 중국은 코로나 19 위기를 틈타 대만침공에 나설 수 있다’- 관련해 제기되는 한 가지 우려다. ‘단순한 영유권 주장에 그치지 않고 중국은 남중국해의 불법 조성한 인공섬들의 군사화를 대폭 강화할 것이다’- 던져지는 또 다른 관측이다. 여기에다가 ‘이슈 & 인사이츠’지는 또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은 허약해진 김정은을 부추겨 뭔가 경솔한 도발을 일으켜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간에 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도발은 어떤 형태를 띨까. 고강도전술인가, 아니면 여론몰이 식의 저강도 전술…
<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