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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걸이에 문제가 생긴 환자

2020-05-27 (수) 임정국 / 신경내과 전문의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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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국 신경내과 칼럼

69세의 남자 환자가 걸음걸이가 불편해진다는 이유로 필자를 찾아왔다. 환자는 약 2-3년 전부터 보행에 문제가 시작되어 자주 넘어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걸음걸이가 느려지기 시작하였으며, 돌아서는 동작에서 매우 어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보행이 불편해진 얼마 후 환자는 말하는 것에도 문제를 느꼈는데, 어느 순간 부턴가 말이 어눌해지는 경우가 생겼으며, 또한 음식물을 삼키거나 물을 마시는데 목에서 자주 걸리고 입주위에 침을 자주 흘리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환자의 동작은 매우 느려서 일상 생활을 하는데 매우 지장을 초래하였으며 주위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었다. 약 1년 전부터는 환자는 밝은 빛에 매우 민감해져서 눈부심이 심하게 나타났으며, 눈물 또한 매우 자주 나온다고 하였다. 환자는 특히 책이나 신문 등을 읽는데 매우 어려워졌다고 했는데 페이지의 활자를 따라 보는데 매우 장애가 초래되었다고 하였다.

진찰시 환자는 인지 기능 중 특징적으로 실행 능력이 매우 떨어져 있었으며, 신경학적 검사 상에서 안구 운동의 이상이 관찰되었다. 전두엽 실조 증상과 더불어목 근육의 경직이 있었으며, 손가락 및 발가락의 미세 운동의 장애가 보였다. 특히 환자의 보행은 매우 특징적으로 회전시 문제가 나타나는 것과 위치반사능력의 감소가 현저히 관찰되었다.
환자의 상태는 ‘리차드슨 증후군’이라는 특징적인 안구 운동 이상과 더불어 조기의 보행장애로 시작되는 파킨슨 증후군의 하나로 ‘진행성 상부핵 마비’라는 질병의 한 형태로 진단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환자에게 이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치료를, 진단과 동시에 시작할 수 있어서, 이후 환자 증상의 상당한 호전을 이룰 수 있었다.

이 질병의 다른 이름은 ‘스틸-리차드슨-올스제프스키 증후군’으로, 이는 원래 다름아닌 이 질병이름에 포함된 세사람의 신경내과 의사들이 필자의 환자와 증상이 유사한 8명의 환자들을 1963년 미국 신경내과 협회 모임에서 처음 보고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 질환은 특징적인 파킨슨 증후군의 한 형태로, 오늘날 흔히 파킨슨 플러스 증후군의 대표적인 질환으로 알려진 ‘진행성 상부핵 마비’라는 신경계 질환의 한 형태이다. 진행성 상부핵 마비라는 질환에는 현재 적어도 5가지 이상의 주 형태가 있음이 알려져 있다.
문의 (571) 620-7159

<임정국 / 신경내과 전문의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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