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건강 문제 경험 급증…재정 악화시 57% 달해
▶ 가정폭력 등 한인들 상담도 증가…자살률 ↑ 우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성인 3분의 1이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정적인 문제, 감염에 대한 우려 등으로 불안, 우울 등에 시달린 것이다. 정신건강 문제는 한인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관련 상담이 꾸준한 것으로 집계됐다.
퓨리서치 센터는 미국 성인 인구를 대표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1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사 대상의 33%가 코로나19 사태이후 일정기간 동안 평소보다 높은 수준의 불안, 불면, 우울증, 고립감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에 시달리는 이유는 개개인 마다 다르고 다양하겠지만, 센터는 재정적인 어려움, 감염에 대한 우려 등과 연관성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그렇지 않은 성인보다 정신 문제를 겪은 비율이 훨씬 높았다는 것이다.
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이 악화된 성인 중 57%가 평소보다 높은 수준의 불안, 불면, 우울증, 고립감 등을 경험했다. 또한 공과금 등을 지불할 여력이 없거나 충분치 않은 성인 중 49%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가 높은 성인 중 45%가, 직장이나 학교를 나가는 등 주요 활동에 제약을 받은 성인 중 50%가 각각 이러한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
이 외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행정명령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영향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인들도 이러한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직접 상담 서비스를 중단하고 전화 또는 원격 상담만 제공하는 LA한인가정상담소에는 여전히 상담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정폭력 상담이 늘어난 상태다.
LA한인가정상담소는 지난 4월 한 달간 우울, 불안 등 일반 상담은 지난달 80~85건으로 평소보다 소폭 늘어났고, 가정폭력은 55건으로 평소의 두 배로 많아졌다고 밝혔다.
LA 한인가정상담소 측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부부간, 가족간 분쟁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이후 10년 동안 코로나19 위기의 결과로써 7만5,000명이 ‘절망’에 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약물 중독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영리 보건단체인 웰빙 트러스트와 미국가정의학회(AAFP)는 코로나19와 관련된 고립과 슬픔, 경제적 어려움이 정신건강 위기를 만들고 있다며 이미 증가하고 있는 자살률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 보도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의료 시스템이 이미 압도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과 사회적 고립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자살률은 지난 20년 동안 계속 상승했고, 2018년에는 1941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비영리기관인 가족아동협회의 제프리 레이놀즈 회장은 “사회적 고립은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지만, 동시에 가장 큰 사망 요인인 자살과 약물 과다복용, 과다음주 관련 질병 등의 위험으로 사람들을 내몬다”며 “역설적”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4,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삶의 만족도는 이 기간 급격히 떨어졌다. 현재 삶에 만족하고 미래 전망을 낙관하는 이는 2008년 11월 대침체기 이래 가장 낮았다.
<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