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보는 고전 영화 ‘젊은이의 양지’ (A Place in the Sun·1951)
▶ 몬고메리 클리프트와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 아찔한 흑백 영상미 압권
조지와 앤젤라가 얼굴을 맞댄 채 사랑의 불길에 타들어가고 있다.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아찔한 흑백 영상미가 활짝 피어난 이 영화는 강렬한 사랑의 영화이자 인간 영혼에 관한 힘찬 분석이다. 가진 것 없는 젊은이의 야심과 몰락을 그린 작품은 미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인 디오도어 드라이저의 ‘아메리카의 비극’(An American Tragedy)이 원작이다. 자신도 몹시 가난했던 드라이저는 1906년 뉴욕에서 발생한 사건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면서 개인의 불행은 사회환경 탓이라며 미국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시카고의 호텔에서 벨보이 노릇을 하던 조지 이스트맨(몬고메리 클리프트)은 서부지역 한 도시의 수영복 제조회사 사장인 삼촌 찰스를 찾아온다. 조지는 공장의 말단 노무자로 취직해 동료인 앨리스(셸리 윈터스)와 사귀면서 서로의 고독을 달랜다. 이와 함께 조지는 삼촌의 풍요한 생활과 대저택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자신도 그 안으로 들어갈 야심을 품는다. 조지와 앨리스의 관계가 깊어가는 것과 함께 그는 삼촌의 인정을 받아 서서히 상류사회 안으로 발을 디뎌놓는다.
어느 날 삼촌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했던 조지는 삼촌의 지기인 앤소니 빅커스의 아름다운 딸 앤젤라(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만나면서 둘은 급격히 사랑에 빠진다. 조지와 앤젤라는 결혼하기로 다짐하는데 아뿔싸 앨리스가 조지에게 임신했다며 결혼해 줄 것을 요구한다.
노동절 연휴에 조지는 앤젤라의 호숫가 별장에 초대받아 앤소니로부터 딸과의 결혼 승낙을 받는데 이 때 조지에게 별장 근처까지 찾아온 앨리스가 전화를 거는 바람에 황급히 별장을 떠난다. 조지는 앨리스에게 호수로 뱃놀이를 가자고 제안한다. 앨리스가 수영을 못한다는 것을 아는 조지는 사고로 위장해 앨리스를 익사시킬 마음을 품는다. 호수 한 가운데서 고뇌하는 조지에게 앨리스는 참담한 얘기만 늘어놓는다. 둘의 언성이 높아지고 앨리스가 일어서면서 보트가 기울고 둘은 다 물에 빠진다.
앨리스를 버리고 혼자 헤엄쳐 나온 조지는 살인혐의로 기소돼 재판 끝에 사형선고를 받는다. 전기의자에 의한 사형집행일 앤젤라가 조지를 찾아와 “영원히 사랑하겠다”며 작별의 말을 보낸다.
자주 사용된 클로스업과 오버랩이 아름다운 영화로 화면을 가득 메우는 클로스업을 통해 주인공들의 내밀한 감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스티븐스도 영화를 ‘이미지의 영화’라고 말했다. 만개한 꽃처럼 아름다운 테일러는 영화 출연 시 17세였는데 이 영화로 테일러와 클리프트는 깊은 우정을 맺게 된다. 패라마운트 작인 영화는 오스카 감독, 각색, 촬영, 음악, 편집 및 의상상 등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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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