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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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 등 실존문제 상징적 탐구

2020-05-04 (월)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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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는 명작 ‘데칼로그’(Dekalog·1988)
십계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키슬로브스키 감독이 연출

▶ 바르샤바 배경 10부작 TV물
믿음, 유혹 등 심오하게 고찰

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 등 실존문제 상징적 탐구

‘데칼로그’는 은유와 상징을 사용해 성경의 10계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심오한 작품이다.

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 등 실존문제 상징적 탐구

크르지스토프 키슬로브스키 감독.



프랑스 국기의 색깔인 ‘블루’(자유)와 화이트(평등) 및 ‘레드’(우애)를 바탕으로 현대 유럽의 삶을 탐구한 ‘3색 3부작’을 만든 작고한 폴랜드의 감독 크르지스토프 키슬로브스키 연출한 10부작 TV작품이다. 성경의 십계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압도적으로 영혼과 심리를 뒤흔들어놓는 심오한 작품이다. 매 편의 길이는 1시간.

1980년대 중반 공산주의가 무너져가는 바르샤바의 서민층 아파트 주민들의 삶이 미묘하게 교차되면서 이들이 당면한 개인적이자 인간적인 문제와 감정적 딜레마들이 다뤄진다. 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진실 등에 관한 도덕적 실존적 문제들을 상징적이요 은유적으로 탐구했다. 우리의 삶을 형성하는 불가사의한 힘에 관한 고찰이기도 하다. 음악과 연기도 훌륭하다.


*‘데칼로그: 원’- 언어 의미론학자로 컴퓨터가 취미인 크리스토프는 어린 아들 파벨에게 의문의 답을 과학에서 찾으라고 가르친다. 한편 파벨의 고모는 신심이 돈독한 사람. 어느 날 파벨이 못으로 스케이트를 타러 갔다가 귀가하지 않으면서 파벨의 아버지와 고모는 각자 믿고 있는 믿음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과학의 우상화에 대한 경고.

*‘데칼로그: 투’- 중병에 걸린 남편과 동료 음악인을 함께 사랑하는 음악인 도르타는 애인의 아기를 임신 중. 도르타는 남편이 죽으면 아기를 낳고 병에서 회복되면 임신중절을 하려고 의사에게 남편의 상태를 알려 달라고 조른다. 도덕적 선택과 인간의 삶에서 한 마디 말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관한 얘기.

*‘데칼로그: 스리’- 크리스마스 전야. 에바는 결혼한 전 애인에게 자기 남편이 실종되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와 같이 밤을 보내려고 한다. 둘은 밤새 과거 자신들의 불륜이 발견되었을 때 한 결정과 맞서면서 현재 자신들의 삶의 가치를 생각 생각한다. 시간의 신성함.

*‘데칼로그: 포’- 대학에 갈 나이인 딸 앙카와 그의 아버지 마칼은 거의 애인과 같이 가까운 사이. 이에 대해 점차 불편을 느끼던 앙카가 어느 날 죽은 어머니가 남긴 뜯지 않은 편지를 읽고 마칼이 친아버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개인 신원을 규정하는 역할을 맡은 가족과 사회적 관계에 관한 내용으로 권위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데칼로그: 화이브’- 시골에서 비운의 사고를 목격한 뒤 바르샤바로 이주한 분노에 가득 찬 청년 야첵이 묻지마 살인 식으로 택시 운전사를 살해하고 체포돼 재판에 회부된다. 야첵과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야첵의 변호사 피오토르가 관계를 맺으면서 둘의 솔직한 감정이 노출되고 피오토르는 이로 인해 모든 종류의 살인에 반대하는 자신의 신념을 재확인한다. 살인과 처벌에 관한 이야기로 야첵의 살인 장면은 영화 사상 가장 긴 살인 장면으로 알려졌다.

*‘데칼로그: 식스’- 우체국 직원인 10대의 토멕은 자기 아파트 건너편에 사는 성적으로 개방된 여자 화가를 훔쳐보는 것이 취미. 두 사람의 사생활이 뒤엉키면서 매력은 집념으로 변하고 사랑과 호기심의 경계선이 무너진다. 사랑과 정욕의 본질과 관계.

*‘데칼로그: 세븐’- 고교생 때 딸 아니아를 난 마이카는 그 동안 자기 어머니 에바가 키워온 딸을 뒤늦게 찾으려고 하자 에바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에 마이카가 아니아를 납치하면서 뜻하지 않은 감정적 결과를 맞게 된다. 소유욕과 유혹에 관한 이야기.


*‘데칼로그: 에잇’- 윤리학 교수인 소피아가 2차대전 때 살아남은 유대인들의 삶을 연구하는 미국인 엘즈비에타의 방문을 받는다. 둘 사이에 대화가 이어지면서 소피아는 엘즈비에타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자신이 수십 년 전에 내린 결정에 대해 대답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불가피한 사악함 속에서의 진실의 어려움.

*‘데칼로그: 나인’- 로만과 한카는 사랑 끝에 결혼한 사이. 그러나 로만의 성적 무능력 때문에 한카는 혼외정사를 한다. 이로 인해 로만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아내와의 사랑과 자신의 삶의 의지가 시련을 당한다. 섹스와 질투와 성숙에 관한 이야기.

*‘데칼로그: 텐’- 예르지와 아르투르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형제는 아버지가 수집한 귀한 우표들을 유산으로 물려받는다. 형제가 이를 탐내는 뒤가 구린 우표 수집상들과 거래를 하면서 둘은 긴박하면서도 우스운 상황에 빠진다. 탐욕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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