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2년 이탈리아의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대서양 항해에 성공해 신대륙을 발견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이슬람권과 아시아에 뒤처져 있던 서구 문명의 수준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인류사의 대전환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당시 그곳에는 이미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고 거대문명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원주민들 입장에서는 신대륙 ’발견’이 아닌 ‘정복’으로 표현돼야 맞다는 주장도 나온다. 즉, 원주민들이 엄연히 살고있던 땅을 ‘신대륙 발견’이라고 칭하는 일은 원주민을 배제한 서구 중심적인 시각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이다. 신대륙 발견이라는 표현은 근대화 이후 미국, 유럽을 필두로 한 서구 우월주의가 만연한 현실의 모습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며 통념상 정설로 여겨지던 ‘서구가 동양보다 우월하다’는 믿음에 흠집이 가는 세계사적인 전기가 마련됐다.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서구의 선진국들은 코로나19 앞에서 우왕좌왕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암묵적으로 서구보다 뒤처져 있다고 여겨지던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권의 나라들은 효율적인 대처로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했다.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가들이 코로나19 앞에서 대응 체계의 한계를 보인 원인의 기저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그들보다 열등한 동방의 국가들에서나 겪을 법한 질병으로 낮춰 보았다는 우월감이 깔려있다. 미국의 경우만 살펴 보아도 중국과 한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피해가 심각했던 1월부터 진지하게 초동 대처에 임했더라면 전세계에서 코로나19 사망자,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은 1위 국가라는 오명만큼은 피할 수 있었다.
저명한 미래학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는 프랑스 잡지 ‘르 포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중세에서 근대화로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온 미국과 유럽의 서양 우월주의가 쇠퇴하고 세계질서가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유럽에서 창궐했던 전염병 ‘천연두’를 아메리카 대륙에 퍼뜨려 원주민들의 문명을 멸망시켰고, 서구 우월주의의 시작점이 됐다. 그로부터 528년이 지난 2020년, 서구 우월주의는 전염병 코로나19로 인해 역화살이 되어 수많은 유럽인, 미국인들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이전보다 조금은 더 평등한 시선으로 동서양의 관계를 바라보는 전환점에 서있게 됐다.
<
석인희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