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위, 래리와 유미 호건에게 박수를
2020-04-27 (월)
김지나, 수필가
유미 호건 여사가 큰일을 했다. 유미와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의 러브스토리는 유명하다. 어린 세 자녀를 둔 싱글 맘과 자녀가 없는 싱글남이 만나 결혼을 하고 주지사에 당선되기까지 그리고 암 투병으로 주지사의 위기가 오고 다시 재선을 하기까지… 역시 한국 부인이라 보이지 않는 내조가 큰 힘이 되었다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일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로 인해 초선 때부터 래리 호건은 한국의 사위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랬던 그녀가 이번에는 남편을 도와 조국의 힘으로 코로나 키트 50만 개를 미국 땅에 들여오는 작전을 제때 제대로 수행했다. ‘오래가는 우정'이라는 작전명으로 3월 28일 처음 유미 호건이 한국과 코로나 키트의 작전을 시작했다. 그렇게 진행된 프로젝트가 4월 18일 이루어졌다. 래리 호건은 보이지 않은 적들을 피한 싸움이라며 트럼프를 겨냥한 우회적 표현을 쓰며 위험한 작전이었음을 시사했다.
아니나 다를까, 코로나 키트의 성공적인 작전 수행에 대해 욕심쟁이 트럼프가 가만히 둘리가 없다. 그 즉시 메릴랜드 주지사가 어떤 생각으로 한국에서 들여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생각을 깊게 했다면 절대 키트를 한국에서 공수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도 미국에는 검사할 수 있는 코로나 키트가 많이 있다는 엉뚱한 말로 공개비판에 나섰다. 어린아이가 친구 잘되는 꼴을 보지 못해서 부모님께 혹은 다른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해가며 소리치는 꼴이다.
내 주위에 코로나 진단을 받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물론 코로나 증상이 없어서 받지 않는다면 정말 좋은 일일 텐데, 증상이 있는데도 검사를 받지 못해서 한국으로 어렵게 갔고, 가자마자 양성 판정을 받은 기막힌 사연이 있다. 중증환자 즉 산소 호흡기를 쓰지 않을 정도라면 병원 근처에 오지도 말라는 내용이 버젓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오는 지금의 현실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진단 키트가 많다면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메릴랜드는 한국의 면적과 비슷한 미국에서는 아주 작은 주에 속한다. 워싱턴 근처이고 그 무섭다는 뉴욕과 불과 4시간 거리이고 일일생활권으로 충분한 거리이기에 뉴욕에서 생활하는 메릴랜드의 경제인들이 많다 보니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도시는 결코 아니다.
현재 1만 5천여 명의 확진자와 6백 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는데 검사를 한 사람은 고작 7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의 검사량과 비교도 되지 않은 수치다. 확진자의 수에 비해 사망자의 수는 한국의 배가 넘어 검사 수의 차이뿐만 아니라 의료의 수준도 차이가 난다.
이 와중에 트럼프는 아예 미국 비자를 전면 폐쇄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처음 코로나가 중국에서 발생했다며 당장 빗장을 걸고 이미 퍼져 있는 자국의 코로나는 신경도 쓰지 않아 지금의 악 상황을 만들더니 이제는 아예 전 세계를 향해 빗장을 걸 모양이다. 한마디로 덩치 큰 녀석이 집에만 있을 거니 아무도 내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격이다. 합법적인 경제활동을 위해 비자 신청을 하고 기다리는 무수한 이민자들이 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힘듦과 동시에 비자의 폐쇄가 주는 압박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며칠 전에 존슨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 베트남전에서 미국 군인의 사망자 수를 보고 개탄해 책상에 엎드려 오열하는 듯한 사진 하나가 올라왔다.
그것도 트럼프가 입을 오므리며 코로나로 4만 명밖에 죽지 않았다는 자화자찬을 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사진과 동시에 올라왔다. 참으로 어이없는 비교 사진으로 하루 만에 5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검색했단다. 보는 내가 너무도 창피한 사진이었다.
존슨은 전시상황이라 재선에는 눈 돌릴 틈이 없어 그 당시의 상황에서 재선은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똑같은 상황에서 트럼프는 재선 때문에 코로나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의지로 지금의 상황을 선동하고 있다. 리더십의 부재가 큰 재앙을 불러오고 있다. 현재의 내가, 내 가족이 그리고 미래의 내 자손이 행복하게 잘 사는 나라가 되려면 지금의 리더가 미국을 잘 잡고 버텨주어야 그 전의 명성을 되찾을 것이다. 전처럼 미국이 최강이고 독불장군처럼 홀로 나간다고 이젠 누구나 뒤따르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말에 귀 기울이고 약자를 돌보고 세계의 경제를 아우르는 통 큰 리더가 되어야 한다.
내 딸이 사진 한 장과 한 줄의 문자를 보내왔다. “엄마, 미국 성조기와 메릴랜드 국기 사이에 한국 태극기가 펄럭이는데 너무 자랑스러워요" 이 말에 난 가슴이 벅찼다. 한국은 지구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분단국가이다. 그리고 땅속 어디에도 지하자원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는 100% 남의 나라에 의존해야 하는 나라이다.
또한, 중국이나 일본과의 전쟁을 한두 번 치렀는가? 무엇이 한국을 움직이게 하는가?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이제는 한국이 최강 미국에게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다. 그것도 같은 미국 안에서, 발 빠른 곳에서 먼저 원조를 받았다며 오히려 화를 내고 시기를 받는 그런,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다.
<김지나,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