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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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이민비자 잠정 중단’은 정치적 전략인가?

2020-04-2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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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이민비자 발급을 60일 동안 중단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이민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하자, ‘이민 전면 중단’이라는 오해와 함께 이민사회에 큰 파장이 일어났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내용은 예상보다는 많이 완화된 것이었다. 이번 행정명령은 ‘이민 전면 중단’이 아니라, ‘일부’ 그리고 ‘일시적’ 중단을 선언한 것에 불과한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적인 내용은 해외에 있는 미 대사관에서의 이민비자 발급을 60일 동안 중단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주권을 받는 방법으로는, 미국 내에서 신분 변경(I-485)을 하는 것과 해외에 있는 미 대사관에서 이민비자를 받고 미국 입국을 하는 것 이렇게 두 가지가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에서 영주권 신청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고, 미국 밖에서 미 대사관을 통해 이민비자 신청을 하는 사람들에게만 영향이 미친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미 대사관이 일시 폐쇄된 상태인데, 현 상태를 60일 연장하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리고 이번 행정명령은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가족이민’과 ‘취업이민’에 적용된다. 먼저 가족이민의 경우, 미국 밖에 있는 시민권자의 부모, 21세 이상 미혼자녀와 기혼자녀 및 형제자매와, 영주권자의 배우자 및 미혼자녀 초청의 경우가 이번 행정명령의 적용을 받게 된다. 즉, 앞으로 60일 동안 이들에 대한 이민비자 발급이 중단된다. 그러나 가족이민 중 시민권자의 배우자와 21세 미만 자녀는 예외에 해당하여 여전히 미 대사관에서 이민비자를 받고 미국 입국이 가능하다. 시민권자의 부모의 경우에는 예외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부모가 미국에서 공적부조에 의존할 것을 우려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 취업이민의 경우, 전문직, 숙련공, 그리고 비숙련공 등이 이번 행정명령의 적용범위에 포함된다. 다만,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하여 의사, 간호사, 그리고 의료관계 전문인들의 취업 이민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민비자를 계속 발급한다. ‘투자이민’(EB-5) 또한 예외로 인정됐는데, 이는 투자이민을 통해 미국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을 염두에 두고 그런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번 행정명령은 ‘이민비자’에 관한 것이므로, 일반 ‘비이민비자’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따라서 미국 방문 비자나 학생 비자 혹은 다른 취업 비자 신청 등은 여전히 가능하다. 이러한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2020년 4월 24일 부터 실질적인 효력을 발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이 효력이 발생한 후에도 수정이나 보완될 수 있고, 또 연장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이번 행정명령 때문에 패닉 상태가 될 필요는 없다. 현재 이민국에서 이민 서류 접수나 절차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만큼 흔들림 없이 서류 진행을 하면 된다. 왜냐하면 이민비자 발급이 60일 간 중단된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이민 비자를 받고 미국 입국이 가능하고 결국 영주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은 정치다” 라는 말이 있다. 이번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정책이 아닌 정치에 불과하다. 행정명령은 법이 아니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취소할 수 있다. 또한 지난 2017년 1월7개 무슬림 국가 입국금지에 관한 행정명령을 선언했을 때도 일주일 만에 시애틀 연방 지방법원에서 행정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져 그 효력이 상실된 적이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조만간 연방 지방 법원에 가처분 신청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법원에서 이번 행정명령이 지나치게 임의적이어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보고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다면, 이번 행정명령은 곧 구속력이 잃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법원에서 항소절차를 밟는 긴 법정투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11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치뤄질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번 행정명령의 효과 내지 실효성은 약해 보이고, 결국 트럼프가 선거용 정치쇼로 볼 여지가 다분하다. 대통령이 이민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때마다 이민자의 가슴은 먹먹하기만 하다. 그러나 미국은 이민의 나라이다. 곧 제자리를 되찾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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