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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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없는 영혼은 불안하다

2020-04-20 (월) 김창만/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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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출세를 위해서는 외향적, 사교적이며 집단행동에 날렵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 현대인의 처세술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듯 서점에는 외향적 기질과 사교술을 교습하는 자기계발서로 가득하다.

과연 그럴까. 세상에서 성공하고 출세하기 위해선 반드시 외향적이고 사교적이어야만 할까. 과연 자기의 내면에 침잠하고 고독을 즐기는 내향적 사람은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사람보다 창의성이 떨어질까. 이 질문의 답을 얻으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몇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하다.”(에르네스또 까르데날의 ‘침묵속의 만남’중에서)

예수는 누구보다 고독과 침묵의 삶을 살았다. 침묵과 고독의 삶을 빼놓고 예수의 공생애를 말할 수 없다. 인간의 내면을 꿰뚫어 침투하는 예수의 조용한 말 한 마디, 의미가 담긴 행동 하나하나는 오랜 침묵과 고독의 여과를 통하여 나왔다.


예수의 고독한 삶에 대하여 성경은 말한다. “예수의 소문이 더욱 퍼지매 허다한 무리가 말씀도 듣고 자기병도 나음을 얻고자 하여 오되 예수는 물러 가사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시니라.“

모세는 외향성, 사교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모세는 고독의 삶이 몸에 배었다. 시내 산은 모세가 애용하던 고독한 기도처였다. 하나님과 독대하고 내려올 때 마다 신적 광채가 그를 비취고 옹위했다. 모세의 카리스마 리더십은 고독의 삶과 깊은 연관이 있다.

‘24시간 활기차고 열정적 삶을 살라’고 세상은 우리를 부추긴다. 세상은 ‘혼자 있는 능력(capacity to be alone)’을 폄하하고, 고요한 묵상과 사색의 과정을 경시한다. 누가 내향성, 고독, 수줍음의 기질을 가졌다면 가차 없이 정신질환자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정신장애 홍보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고독은 도피이거나 수동적 삶의 행위가 아니다. 고독은 하나님이 나를 가르치시도록 내면을 개방하고 비우는 능동태다. 고독은 새로운 도약을 위하여 용수철처럼 잠시 웅크리는 준비의 시간이다. 고독 없는 영혼은 불안하다. 인생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홀로 있을 때 숲속의 호랑이처럼 ‘솔리튜드(solitude)의 근력’을 키우라. 사는 동안 가끔은 구르지 않고 한 곳에 머무는 이끼 낀 돌이 되라.

<김창만/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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