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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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이렇게 될 줄이야

2020-04-17 (금) 홍성애/ 법정 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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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집에 갇혀 지낸 지가 3주가 넘었다. 새장에 갇힌 새, 철창 우리 속의 동물들보다는 훨씬 났겠지만 그들의 갑갑한 일상이 이런 심정일까? 밖은 따스한 햇살에 벚꽃, 개나리, 목련화가 예쁘게 활짝 웃으며 피어 봄을 환호하는데, 창밖으로 바라보는 거리 풍경은 왜 이렇게 생경하고 적막한가? 마음으로 한기가 차오른다.

오늘 아침 로마에 사는 딸이 한 동영상을 보내왔다. 그걸 보며 뉴욕뿐 아니라 온 세상이 적막강산으로 변했음을 확인했다. 로마에서 64번 버스는 로마 중심의 기차역 테르미니에서 베드로 대성당으로 가는 노선으로 승객들이 가장 붐비는 라인인데, 그 64번 버스 운전수가 텅 빈 로마 거리를 운전해 가며 찍은 풍경이다. 자기의 감상을 길게 자막으로 넣으면서.
그렇게 물결치듯 많은 관광객들과 더불어 활기찼던 거리가 이렇듯 죽은 듯이 침묵에 싸여 있을 때가 역사상 있었을까?

작년 봄에 로마를 방문했을 때, 테르미니역에서 내려 버스들이 노선 따라 죽 늘어서 있는 광장을 지날 때 우리가 타는 90번 버스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아우성치듯 온갖 호객행위로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다.


옛날 우리가 살던 몬테 싸크로 ( Monte Sacro, 로마의 동북부)행 이 버스는 급행인데 사람들로 꽉 찼었다. 테르미니 역사로는 얼마나 들고 나는 사람들로 붐비던지! 세상에! 살다가 로마가 이렇게 될 때가 있다니! 하긴 로마뿐이랴, 여기 사는 우리도 마찬가지인 것을…
봄철 꽃들은 자연의 법칙대로 변함없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찬탄하며 그 아름다움을 봐 주는 이 없이 어제 온 폭풍우로 다 떨어졌겠지?

만물이 소생하는 봄, 예수님이 다시 사신 부활절도 지났는데, 이 사태를 지켜보며 한없이 인간의 무력함을 느낀다. 매일 매일 평범하나 평화로웠던 일상생활을 몹시 그리워하는 우리는 행복이, 커다란 것에 있지 않다는 것, 정말 소중한 것은 보통 때 예사로 넘기던 아주 자그마한 것에 있다는 것을 새삼 깨우쳐 준다.

매일 저녁 7시에 뉴욕시민들이 자기 집에서, 발코니에서, 또는 아파트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어 큰 박수를 치며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일선의 의료진들, 봉사자들 또한 선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을 가진 자원봉사자들에게 성원을 보내는 일에 내 소리도 보탠다. 합심해서 보내는 이 성원의 박수 소리가 하늘에 닿기를! 그리고 다시 평상으로 되돌아오는 날이 속히 임하기를!

<홍성애/ 법정 통역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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