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보는 고전 영화 ‘셰인’ (Shane·1953)
▶ 소년 조이의 눈 통해 그린 전형적 웨스턴…진한 감동,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명작
셰인이 조이가 졸라대는 바람에 사격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와이오밍 주의 위풍당당한 그랜드 티튼 산을 뒤에 둔 잭슨홀에서 찍은(아카데미 촬영상 수상) 이 영화는 명장 조지 스티븐스(‘젊은이의 양지’ ‘자이안트’) 의 단 하나의 웨스턴이다.
신비한 과거를 지닌 건맨이 마을에 나타나 질서를 회복해주고 떠난다는 웨스턴의 정형적 플롯을 지닌 아름답고 감동적인 영화다.
서부시대가 저물어가는 남북전쟁 후. 새 사회질서가 더 이상 킬러에게 머무를 자리를 거절하는 시대에 총을 놓기로 했던 셰인(앨란 래드)이 결코 자기 것이 될 수 없는 타인의 삶을 위해 다시 한 번 총을 뽑아들어야 하는 역설적 운명의 이야기다.
정직한 인간관계의 이야기로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셰인과 그를 받아들이는 농부 조(밴 헤플린), 셰인과 조의 아내 매리온(진 아서의 마지막 출연 작)간의 표현 안 된 애정 그리고 조의 어린 아들 조이(브랜든 디와일드)의 셰인에 대한 영웅숭배 등이 액션과 함께 재미있게 서술된다. 이들의 얘기가 순수한 소년 조이의 눈을 통해 그려져 더욱 감동적이다.
‘셰인’은 특히 그 동안 ‘연기라곤 할 줄 모른다’는 평을 받아온 래드의 묵직하고 아름다운 연기가 돋보인다. 그리고 헤플린의 늠름한 연기와 할리웃 황금기의 베테란 배우 아서의 아름답고 순박한 연기와 함께 셰인을 동경하며 눈물로 떠나보내는 디와일드의 천진하고 실팍한 연기(아카데미 조연상 후보) 등이 다 빛난다.
그러나 이들보다 뚜렷이 인상에 남는 배우가 마을 술집에서 셰인과 총 대결을 벌이는 청부 건맨 윌슨 역의 잭 팰랜스다. 검은 모자에 검은 조끼와 검은 부츠 그리고 검은 장갑을 끼고 해골처럼 웃는 죽음의 사신 같은 그의 모습은 소스라칠만한 것이다. 역시 아카데미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세상의 슬프고 폭력적인 것들을 피곤하게 짊어진 서부의 마지막 킬러의 마을에서의 짧은 체류를 그린 영화에는 명대사와 잊지 못할 장면들이 많다. “사람은 각자 제 갈길이 따로 있다”면서 “한 번 살인자로 낙인 찍히면 영원히 그 이름이 따라 붙는다”며 체념한 담담한 얼굴로 조이에게 말해주던 셰인의 절망감은 시대를 초월한 운명론과도 같다.
산을 타고 넘어왔던 산을 타고 떠나가는 셰인을 향해 “셰인 컴백!”이라고 절규하는 조이의 호소가 메아리치던 마지막 장면은 영화의 비극적이요 감상적인 분위기를 마감하는 감동적인 장면이다. 나는 지금도 ‘셰인’을 다시 보면 이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곤 한다.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의해 ‘창백한 기수’(Pale Rider·1985)로 만들어졌다. ‘셰인’은 파라마운트 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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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