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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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2020-04-05 (일) 황순금 / 클락스버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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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이름 모를 새들이 노래를 한다. 세상이 아픈 탓에 워싱턴 지역은 물론 미국 전체가 ‘방콕’ ‘집콕’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살아야 하기에 죽음의 그림자 앞에 선 모두가 두려움이 앞선 탓일까. 총성 없는 전쟁이다.
코로나 19로 밖에 나가기가 두려운 요즘 집 현관 앞 포치(porch)에서 자주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마음에 평화를 누릴 수 있기에 다가올 미래를 미리생각하며 힘들어 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인내심을 갖고 견디자. 세상이 이렇게 얼마나 힘들었으면 엔딩이 없는 아픔으로 변해갈까.

여전히 어김없이 봄은 우리 곁에 오고 있다.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려고 무거운 땅속을 뚫고 나온다. 자연의 신비가 아름답다. 이 아침의 커피가 향기롭다. 확 트인 시야에서 연둣빛 신록을 바라보면서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세상이 조용한 탓일까. 어느새 빗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마구잡이로 흘러가는 세상, 저 높은 곳에서 흘리시는 주님의 눈물인가. 강아지를 데리고 우산을 쓰고 걷는 사람이 지나간다. 인간도 필요하지만 강아지는 꼭 나가야하기에 비가 와도 걸어야 하리라. 주님 아픈 세상 빨리 치료해 주세요. 마음속으로 기도 드린다 어두운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듯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리라. 집 앞에 오리 두 마리도 소리 내어 노래한다. 조용한 이 아침, 그리운 벗들의 안부를 물어야겠다. 얼굴도 보고 싶고 만나고 싶지만 지금은 ‘사회적 거리’가 필요한 시간이니 참자. 서로를 위한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니까.

<황순금 / 클락스버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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