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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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이상한 나라

2020-03-30 (월) 권초향(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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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다. 지금 이순간에도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역사 책 속에서나 찾을 수 있었고 전설 속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 모든 일들이 2020년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하루에도 수만명의 감염자가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다. 속수무책이다.

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졌고,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힘들어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까지는 아니더라도 허그하며 손을 맞잡았던 우리는 6피트의 거리를 두며 멀어져 있다. 사람으로 북적거리던 거리는 점점 유령도시처럼 변해가고 모두 감금 아닌 감금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당연하듯 해오던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어진 요즈음 정말 안녕하시냐는 인사가 무색해진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보이지 않음에도 마스크는 동이 나서 구매할 수가 없고 손 세정제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나만 먼저 살고 보자는 몇몇의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에도 모든 인간이 그렇지 않다는 듯 저 태평양 건너 ‘이상한 나라’에서는 이상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어려울 때면 공동체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던 이 나라 사람들은 이번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마스크를 구입 못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한 땀 한 땀 손수 바느질한 마스크를 전달하고 사라지셨다는 83세 할머니. 많은 나라가 굳이 감염자를 밝히지 않으려고 할 때도 묵묵히 검사를 계속해 모든 상황을 알려 나갔으며, 시키지 않아도 기부금을 내고,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자 전국의 의사와 간호사가 몰려들었다. 누군가는 도시락을 만들기 시작했고 또 누군가는 임대료를 깎아주었다.

돌이켜보니 이 이상한 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늘 이랬던 것 같다. 금강산 댐이 무너진다며 모금을 했을 때도 코 묻은 돈을 아낌없이 내어주었었고, 외환위기로 휘청거리던 시절에는 온 국민이 나랏빚을 갚겠다고 집안 깊숙이 숨겨뒀던 금붙이를 죄다 들고 나오기도 했었다. 태안바다에 기름이 유출되어 온통 기름에 뒤덮였을 때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천 조각을 가지고 나와 모든 기름을 닦아낸, 말도 안되는 일을 했던 사람들이 사는 나라. 이 ‘이상한 나라’는 위기일 때마다 사랑으로 극복해나가고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일 때 코끝이 찡해오는, 작지만 강한 바로 내 조국 한국이다.

<권초향(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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