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엄격한 군대서 펼쳐지는 우정·사랑·명예를 위한 투쟁

2020-03-30 (월) 박흥진 편집위원
크게 작게

▶ 문 닫은 극장가…DVD로 보는 고전 명작
‘지상에서 영원으로’ (From Here to Eternity·1953)

▶ 버트 랭카스터·데보라 카 등 명배우들이 펼치는 멋진 연기…파도 치는 해변 키스신 명장면

엄격한 군대서 펼쳐지는 우정·사랑·명예를 위한 투쟁

워든과 캐런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극장들이 잠정적으로 문을 닫아 이번 주부터 고전명작을 소개한다. 이들 영화들은 모두 DVD로 출시 됐다.

제임스 존스가 쓴 동명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군인들과 그들의 여인들을 함께 휩쓸고 간 모진 운명의 이야기로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직업인으로서의 솜씨가 달인의 경지에 이른 잔인할 정도로 솔직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당시 영화산업의 금기로 여겨지던 여러 사항들을 깨어버린 남자들을 위한 신파극인데도 진네만이 분노하고 연민하며 또 폭력적이고 지배하듯 내용을 이끌어 감으로써 영원히 못 잊을 군인들의 얘기로 승화시켰다.

육군보병 일병 프루윗(몽고메리 클리프트)이 하와이 스코필드 병영에 주둔한 G중대로 전출돼 온다. 홈스 대위가 중대장인 부대는 군 권투챔피언들이 있는 곳으로 홈스는 미들급 선수인 프루윗을 부대선수로 끌어들이려 한다. 그러나 프루윗은 비극적 사건으로 권투를 포기, 중대장의 권유를 거절한다. 그래서 프루윗은 하사관들에 의해 모진 기합을 받는다.


프루윗을 동정하는 사람이 고참 상사 워든(버트 랭카스터). 이로 인해 둘 사이에 우정이 영근다. 프루윗의 또 다른 친구는 명랑한 정의파 마지오 일병(프랭크 시나트라). 프루윗은 마지오를 따라 외출했다가 한 클럽에서 일하는 호스테스 로린(도나 리드)을 보고 첫 눈에 반한다. 로린도 마찬 가지.

한편 워든은 홈스 대위의 부인 캐런(데보라 카)과 사랑하는 사이. 둘은 사람의 눈을 피해 사랑을 나누는데 캐런은 워든이 싫어하는 장교가 되어 자기와 결혼하자고 조른다.
마지오에겐 천적 같은 상사가 있는데 그는 군영창장으로 마지오가 ‘돼지’라고 부르는 새디스트 젓슨(어네스트 보그나인). 마지오는 보초근무를 어기고 부대를 이탈했다가 군사재판에 회부돼 영창에 갇혀 젓슨에게 죽도록 구타당한다. 이를 견디다 못한 마지오는 영창을 탈출해 프루윗의 가슴에 안겨 숨진다.

그날 밤 명 나팔수이기도 한 프루윗은 눈물을 흘리면서 진혼나팔을 분다. 이어 프루윗은 젓슨을 찾아내 칼싸움 끝에 그를 찔러 죽이고 자기도 부상을 입고 로린의 집으로 피신한다.

1941년 12월 7일 일요일 아침. 일본폭격기의 진주만 공습과 함께 G중대도 피습, 아수라장이 된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프루윗은 울며불며 가지 말라고 매달리는 로린을 남겨두고 귀대하다 초병의 총에 맞아 숨진다. 프루윗의 사체를 내려다보며 워든은 “결국 네 고집이 널 죽였어”라며 훌륭한 군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한다.

이 영화는 고독의 영화요 압제에 저항하는 투쟁의 영화이자 개인과 조직사회의 관계의 얘기이기도 하다. 또 동일화를 요구하는 군이라는 체제 안에서 개성을 고수해가려는 1인 투쟁의 드라마다. 영화에서 유명한 장면이 와이키키 해변에서의 수영복 차림의 워든과 캐런의 뜨거운 키스신. 둘은 몰려오는 파도를 뒤집어쓰면서 키스를 하는데 이 장면은 당시까지만 해도 요조숙녀 형으로 알려진 데보라 카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바꿔 놓은 것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필자로 하여금 영화예술의 마력에 눈을 뜨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Columbia 작품으로 오스카상에 총 13개 부문에 후보에 올라 작품, 감독, 각색 및 남녀 조연상(프랭크 시나트라와 도나 리드) 등 모두 8개의 상을 탔다.

<박흥진 편집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