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의심증상 있어도 검사받기 ‘별따기’

2020-03-20 (금) 01:05:03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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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년층·고위험군만 검사, 거부 당하는 사례 속출

▶ 실제 감염자 훨씬 많을듯

미 전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이미 1만명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의심증상이 있어도 검사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실정이어서 실제 미국내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공식 집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LA타임스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갔지만 검사를 거부당한 30대 한인의 사연을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인 임 모(33세)씨는 최근 발열, 마른 기침, 근육통 등의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여 카이저 퍼마넨테 응급실을 찾았다. 임씨의 증상을 본 의료진은 코로나19 감염이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코로나19 검사는 해 줄 수 없다는 믿기 힘든 대답을 했다.


노년층이나 고위험 환자들 위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임씨에게는 코로나19 검사를 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의료진은 임씨에게 대신 최근 10일 동안 6피트 이내에 접촉한 모든 사람들에게 연락해 자신의 증상을 알리고, 자각격리를 당부하라고 권유하는 데 그쳤다.

임씨는 여전히 검사를 받지 못한 가운데 임씨와 함께 일한 동료 2명이 임씨와 같은 증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모두 검사를 받지 못해 코로나19 감염자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연방 질병통제센터(CDC)의 진단 키트 배부에 문제가 있었던 데다 당국이 검사 대상자의 범위를 노년층과 고위험군 등으로 지나치게 좁게 잡으면서 검사를 받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체험담들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가까스로 검사를 받았다고 해도 검사가 밀려 있어 한참을 기다려야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신문에 따르면 17일 현재 인구 1,000만명이 넘는 LA카운티에서 코로나19 검사는 받은 주민은 1,100명에 불과하며 캘리포니아에서 검사를 받은 주민은 8,200여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신문은 “한국처럼 모든 사람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국가에서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지만 유명인사와 정치인, 프로 선수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데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일반 주민들에게는 좌절감을 안겨주면서 불평등 논란까지 야기하고 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NBA의 브루클린 네츠는 선수단이 지난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경기를 한 직후 돌아오자마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며, 스타 선수인 케빈 듀랜트 등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반인들은 검사를 받기 위해 보건기관을 찾아가도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거나 거절당하는 현 상황에서 브루클린 네츠의 발표 내용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보건기관이 아닌 사설 실험실을 통해 검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 뒤에도 부정적 여론은 계속됐다.

유명 연예인 알리 페도토스키도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LA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다고 밝혔다가 ‘특급대우’를 받은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도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검사는 돈 많은 사람이 아니라 아픈 사람이 먼저 받아야 한다”는 글을 올리며 선수단을 비판했다.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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