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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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새 질서

2020-03-18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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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년 지구촌은 우리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현실과 같이 괴질인 바이러스 하나로 참혹한 사태를 맞았다. 스페인에서 발생해 일명 ‘Spanish Influenza’로 불리는 이 질병은 감기증상을 보이다 페렴으로 발전하는 가 싶다가 피부에서 산소가 빠져나가면서 보랏빛으로 바뀌면서 죽어가는 병이다.

이 끔찍한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죽은 사람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자 1,500만명보다 훨씬 많은 5,000만명. 이 질병은 1914년 발발한 세계 제1차 대전마저 서둘러 평화협정으로 종식시킬 정도였다. 아마도 우리가 이 시대에 살았더라면 정말 경천동지할 아찔한 사건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에도 국제사회는 인류를 깜짝 놀라게 한 대형 사건들이 수시로 있었다. 6.25 한국동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오일파동 등이다. 세계질서까지 완전히 뒤바꾼 사건도 있다. 정확히 30년전, 소련이 붕괴되면서 중국이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발 9.11테러 사건 발생후 우리는 한동안 큰 변고 없이 여유롭게 살아왔다. 물론 이런 대형사건 사이사이에는 여러 형태의 작은 사건들도 있긴 있었다.


인류에게 지금 가장 큰 위협으로 다가온 것은 다름 아닌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 더불어 진행되고 있는 국제적 변동이다. 코로나19의 위력이 국제적 새 질서를 만들 만큼 결코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초고속 성장률을 보여온 중국이 이번 코로나 사태를 기해 거의 붕괴수준이고, 순식간에 세계 OECD 선진국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현실을 지금 우리가 생생하게 목도하고 있다.

이탈리아 하면 프라다, 구찌, 페라가모, 아르마니 등 세계적인 명품만 해도 수백개에 달하고 유럽에서 삶의 질이 가장 높은 나라가 아닌가. 그야말로 잘 먹고 잘 살던 풍족한 나라였다.

이제 코로라19 사태는 세계 정치, 경제 질서를 나라마다 확연히 다르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 어떤 양상이 될까. “전쟁이후 최빈국에서 초고속 성장세를 보여온 한국이 정부와 국민의 잘못으로 유례없이 파괴되어 다시 빈민국으로 추락했다. 아니면 ”전쟁이후 최빈국에서 급속도로 발전해온 한국은 정부와 국민들의 현명한 대처로 고생해서 이루어놓은 업적을 그대로 지켜내었다.“ 어느 쪽으로든 바뀔 것이다.

코로나19는 세계질서 뿐 아니라 우리들의 생활패턴도 완전히 뒤바꾸어 놓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유롭고 평화롭던 생활을 하루아침에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면서 우리들의 모든 활동을 멈추게 만들기 시작했다. 사회적 모든 행사와 일정이 중단되고 업소들이 영업중지에 들어가고 학교가 문을 닫고 종교계와 문화, 스포츠계 활동이 정지되는 등 모든 것이 셧다운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심하게는 당국의 도시 봉쇄, 업소들의 영업중단, 통금제 실시, 여행 및 이동중지 등의 방안까지 거론되는 등 하루아침에 천지가 개벽을 하는 상황이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교만을 보다 못한 나머지 신이 진노해 채찍을 든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인간이 죽어라 쌓아올린 바벨탑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다. 우리가 그동안 마음껏 풍요롭게 즐기던 생활이 이제 향수가 되고 있다.

도시의 화려한 문화 뒤에 숨겨진 인간의 공허감과 타락을 아우르며 우리들의 삶 자체를 다룬 작품 ‘위대한 개츠비’의 미국작가 피츠 제럴드의 명언이다. “나는 내 소박한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나의 밤은 후회로 가득하다.”

새 질서로 모든 것이 뒤바뀐 우리, 이제 할 일은 모두가 하나 되어 빠른 정상회복을 염원하며 노력하는 것이다. 또 우리가 그동안 마음껏 누린 일상에 대한 고마움과 살면서 행한 교만과 탐욕, 이기적인 삶도 조용히 돌아보면서 자성의 시간을 가질 필요도 있지 않을까.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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