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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와 두려움

2020-03-17 (화) 옥승룡 / 목사 갈보리장로교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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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랜드 주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위해 250명 이상의 모임을 금했다. 내가 목회하고 있는 교회는 볼티모어에 위치하고 있는데, 주일 평균 약 50여명이 예배를 드린다. 주일 예배를 드려야 할 지 또는 취소해야 할 지를 놓고 교회 지도자들과 논의하면서 느낀 소회를 적는다.

15일 현재 한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8162명이다. 한국 인구가 약 5천만명이니까 한국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0.016%이다. 감염자 중 75명이 사망했으므로 감염자가 사망할 확률은 0.9%이다. 한국 국민 전체로 보면 바이러스로 사망할 확률은 0.00015% 이다.
15일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메릴랜드의 감염 확진자는 31명이다. 메릴랜드 인구가 약 6백만명이므로 메릴랜드의 감염률은 0.0005%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감염률이 낮지만, 메릴랜드도 한국처럼 방역을 잘한다면 메릴랜드 주민이 감염될 확률은 0.016%이다.

현재 감염률이 0.0005%인데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면 메릴랜드도 한국 못지 않게 방역을 잘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주 정부에서 250명 이상의 집회를 금했다. 100명도 아니고 200명도 아니고 500명도 아니다. 250명이라고 명시했을 때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을 것이다.
250명 가이드라인을 포함해 주정부에서 장려하는 위생수칙을 잘 따라서 메릴랜드도 한국처럼 방역이 된다면, 메릴랜드 주민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0.016%이고 바이러스로 사망할 확률은 0.00015%로 추정할 수 있다.


반면에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1.3%이다. 바이러스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그로서리 쇼핑을 가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교회에 와서 예배 드리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보다 81배가 높고 바이러스로 사망할 확률보다는 8700배 높은 것이다.
메릴랜드 주가 한국과 달리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돼 나라 전체를 봉쇄한 이탈리아와 같이 될 수도 있다. 이탈리아의 확진자 수는 15일 현재 약 25000명이며 사망자는 약 1800명이다. 이탈리아 인구가 약 6천만명이므로 감염률은 0.04%이고 사망 확률은 0.003%이다. 이 곳 메릴랜드의 상황이 이탈리아처럼 악화된다고 해도 교통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감염률보다 33배 높으며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보다는 433배 높다.

그래서 나는 우리 교회 교인 수가 주정부의 가이드라인인 250명 보다 적으므로 주일 예배 드리는 것을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고 교회 지도자들을 독려했다.
물론 위의 계산법과 적용이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허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독교 목사인 나로서는 기독교인이라면 꼭 드려야 할 주일 예배를 두려움 때문에 기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 예배가 방역을 철저히 하려고 하는 주정부의 가이드라인 하에서 드리는 것이면 더욱 그러했다.

기독교인들이 주일에 한 자리에 모여서 예배 드리지 않는 것을 제일 기뻐하는 것은 기독교를 적대하는 세력이다. 기독교인으로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려야지 지나친 두려움 때문에 적대 세력을 기쁘게 해 주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예배 참여를 독려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앞으로 겪어 나가야 할 미국에 사는 우리가 한 번쯤은 숙고해 보아야 할 점이 아닌가 싶다. 바이러스를 조심해야 하지만 정부와 보건 당국의 가이드라인 하에서 일상 생활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두려움으로 인해 꼭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다가 바이러스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수 있다.

바이러스를 주의해야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까지 기피하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무모할 필요는 없지만 위축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정부의 지침에 귀 기울이고 평상시보다 더욱 위생에 신경을 쓰면서 지혜롭게 이 위기를 넘겼으면 한다.

<옥승룡 / 목사 갈보리장로교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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