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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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불안과 급여세 논쟁

2020-03-16 (월) 송윤정 / 워싱턴 문인회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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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월요일, 오일 가격이 25% 이상이 떨어져 걸프전이 있었던 1991년 이후 최악의 폭락을 기록했다. 오일 가격 폭락과 함께 미국 증시도 장이 열리기도 전 프리마켓 (pre-market)에서 급락하기 시작해 장이 열리자마자 7%가 떨어져 15분간 거래가 중지되기도 했다.

증시가 불안해지자 미국 대통령은 경제 부양책으로 급여세(Payroll tax) 감세를 들고나왔다. “세상에는 확실한 것이 두 가지 있다: 세금과 죽음" 내 석사 논문의 첫 문장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을 인용했는데, 당시 나는 한국 공인회계사에 합격하여 삼일회계법인 국제 조세부서에서 일을 하며 석사 공부를 하던 때라 “다국적기업의 해외 자회사를 이용한 소득 이전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조세 관련 논문을 썼다.
미국에 온 후 조세에 관한 일을 하지는 않지만, 명색이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다른 이에게 내 세금 보고를 맡길 수는 없어 나와 남편의 세금 보고를 하며 미국 세법에 대한 지식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내 법적 신분이 시민권자로 바뀌면서 나는 이 급여세와 자영업자세(Self-employment tax)에 깊은 이해를 갖게 되었다. 세계은행과 같은 미국에 소재한 국제기구에 일하는 사람의 월급은 국적이 미국인이 아니면 미국 국세청에 보고되지 않는다. 미국 국적자면 그 월급이 국세청에 보고가 되는데, 여느 월급쟁이처럼 회사에서 급여세를 계산해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자영업자 소득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미국 내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미 시민권자는 자영업자처럼 월급 소득을 분기별로 추정세 (Estimated tax)를 내야 한다. 이러한 세금보고를 통해 급여세를 꿰뚫게 된 것이다.


급여세는 1935년 사회보장 수단으로 도입될 때부터 찬반 논란이 많았다. 정부 권력과 영역이 커지는 것을 반대하는 보수파는 새로운 세금의 도입에 반대하고 혹은 그 효율성을 의심하며 연간 최저소득을 각 가정에 지급하는 것(현재의 보편적 기본소득에 해당)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결국, 절충안으로 급여자와 사업자가 반반씩 부담하는 것으로 도입되었다.
현재 이 급여세는 사회보장세 12.4%, 메디케어세 2.9%를 합해 총 15.3%로 소위 월급쟁이는 월급의 7.65%를 내고 사업자가 이에 상응하는 7.65%를 부담한다.

급여세가 도입되던 당시에는 급여세가 연방 수입에 미치는 영향이 1% 정도로 미미했고 일정 수입 미만의 소득자의 경우엔 면제되어 적용에 부작용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이르러 프리랜서, 우버드라이버 등과 같은 Gig economy로 불리는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새로운 경제구조에 이르러, 이런 자영업자가 소득의 15.3%를 급여세로 내야 한다. 게다가 급여세가 연방수입에 차지하는 비중이 35%가 넘는다. 이 급여세는 소득세 (Income tax)와는 별도로 거두어가는 세금이다. 2019년 세금 보고자의 68%가 소득세보다 급여세로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추정된다.

급여세 감세안을 내놓자 안 그래도 빚더미에 앉은 미국 정부의 부족한 수입 걱정을 한다. 1990년대 중반 내가 석사 논문을 쓸 때 조세회피 지역을 이용해 미국기업의 이익을 이전 시켜 조세를 회피하는 연구자료를 보고 같은 방식을 한국 다국적기업에 적용했었다. 결과는 명백히 실질적 회피가 드러났고, 이러한 커다란 기업 혹은 최상위 부유층의 조세회피는 당연한 사실로 이어져 오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 대책을 간구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유럽에서 미국 기업의 조세회피에 대응하려 하자 트럼프는 보복관세를 내세우며 미국 기업에 대한 과세를 막으려 하고 있다.

자신의 재정 상태를 이해하고 수입과 지출에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개인의 삶이 안정적이듯, 한 나라의 경제도 마찬가지다. 소시민을 쥐어짜는 급여세가 아니라 다국적 기업과 최상위 부유층에 정당한 과세를 부과해 나라의 수입을 확보하고 무기개발과 수출에 혈안이 되어 국방비 지출을 늘리면서 교육과 건강과 직결된 질병 예방 등에 예산을 깎아내리는 잘못된 지출 습관도 바꾸어나가야 할 일이다.
불안정한 증시에 일시적 대응이 아니라 잘못된 수입과 지출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는 없을까.

<송윤정 / 워싱턴 문인회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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