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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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알러지 그리고 바이러스

2020-03-14 (토) 정보경(연방정부 컨트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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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에서 누가 재채기라도 하면 ‘혹시……?’ 의심이 가중되는 때이다. 지인이 재채기 고충을 페북에 올렸다. “그냥 알러지라구요. 제발 유난 떨지 맙시다”라고…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한다 . 봄 꽃이 만발한 알러지 시즌에 재채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인데도 불구하고 주위를 많이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바이러스가 치명적이다 보니 나라마다 초비상사태이며 세상도 개인도 마음의 여유가 없다.

새벽부터 쉼없는 재채기로 온몸이 피곤하다. 봄이면 알러지로 인해 흘러내리는 눈물과 콧물, 코막힘 등 악순환으로 컨디션이 최악이다. 작년 늦봄에 옆집 로만은 우리집 울타리와 1미터도 안되는 사이에 자두나무와 복숭아나무를 심었다. 부엌쪽 창문과 통문을 열면 흐드러지게 핀 꽃나무의 꽃가루가 담벼락 사이를 두고 땅바닥에 흰눈처럼 내려앉아 있다. 자두, 복숭아, 살구 나무는 진한 핑크, 뽀얀 하얀색, 연분홍색의 곱디 고운 색깔로 눈을 즐겁지만 꽃가루로 인해 나는 지쳐간다. 지난 가을에 로만이 수확한 자두, 복숭아, 살구 한알도 구경을 못해봤는데 올해 무성하게 핀 꽃나무들 꽃가루로 인한 생고생은 누구에게 보상을 받으랴 싶다.

심한 알러지로 몸살을 앓는 지인을 보면서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다 자만했다. 해마다 심해져 가는 알러지로 검사를 받았는데 생각보다 알러지가 너무 심하다. 아...언제였던가 싶다. 병원 방문시 알러지를 묻는 문항이 나오면 무조건 나는 아니오라고 자부를 했건만 세월 앞에 장사없는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캘리포니안인가? 해마다 찾아오는 알러지 대처 방법으로 면역을 키우기 위해 잠을 충분히 자려고 노력한다. 잘 먹지 않는데 고루 챙겨 먹으려 하며 내 체력에 맞는 운동을 하는 중이다.

부엌에서 설거지하다 창문 너머 로만네 꽃나무가 코앞에 턱 하니 있다. 꽃가루 알러지가 심하니 너무 가까이 여러 나무를 심었다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든다. 움직임도 혈액순환도 잘 안되는 겨울을 싫어하는 나는 이 따뜻한 봄날이 좋다. 꽃바람이 살랑대는 계절에 알러지로 피로하지만 치명적이지 않음에 감사하다. 지금 퍼지는 바이러스는 치명적이기 때문에 모두 예민하다. 하루 빨리 백신이 개발되어 사람들에게 혜택이 주어지길 소망한다. 비록 시즌 알러지로 몸은 고생하지만 이 또한 살아있기에 겪는 삶의 일부이리라.

<정보경(연방정부 컨트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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