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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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공존

2020-03-04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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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로서 주한미국대사를 지냈던 제임스 레이니 교수의 일화이다. 그는 퇴임후 에모리대학 교수가 되어 출근하던 어느날, 집앞에 외롭게 앉아 있는 한 노인을 보고 가까이 다가가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그리고는 시간이 날때마다 그를 찾아 말벗이 되어주며 간단한 일을 도왔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보이지 않아 그의 집을 방문해 보니 그가 전날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곧바로 장례식장에 가보니 어떤 사람이 그에게 다가와 봉투 하나를 건네주어 보니 그 안에 유서가 들어있었다.

“친구 레이니, 당신은 외롭게 지내던 나에게 다정한 친구가 되어주어 고마웠어요. 당신에게 내 회사 코카콜라 주식의 5%를 유산으로 남깁니다.” 그는 뜻밖의 이 내용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가 큰 회사 회장인데도 그렇게 검소하게 살면서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그런 거액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 돈에 현혹되지 않고 오히려 에모리 대학의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그에게는 이 대학의 총장이라는 명예가 주어졌다.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가져온 결과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지금 코로나 19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한국에도 남의 고통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온 국민이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상황에서 내 배만을 채우려고 마스크를 매점매석하여 몇배씩 올려 받아 폭리를 취하는 악덕 상혼이 있다. 자가격리 조치 명령을 받고도 가게문을 열고 장사를 하거나, 볼일이 있다며 외출하고, 검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나오지 않아 더욱 사태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가짜뉴스나 코로나 괴담을 마구 퍼트려 지역사회 불안을 야기, 업소들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시키는 반사회적 인물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있는 한, 감염자 확산사태는 쉽게 멈추기 어렵고 경제는 더욱 악화일로에 놓일 것이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안위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시민들이 있어 그래도 희망은 있다. 위험도 마다하고 의료인력 부족으로 위기에 놓인 대구를 향해 기꺼이 달려가는 의료인 봉사자들, 졸업과 동시 내 한 몸 희생하겠다는 각오로 현장에 뛰어드는 간호사관학교 장교들, 경제난을 겪고 있는 세입자를 위해 렌트비를 깎아주는 임대인들, 이들의 선행은 곤경에 처한 감염자들과 시민들에 큰 격려와 위로가 되고 있다.

일본 대지진 발생 때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1시간 이상 줄을 서 있었다. 한 여학생이 겨우 마지막 빵을 구입했는데 이 여학생은 이 빵을 뒤에 있던 한 거동 불편한 노인에게 건넸다. 한국인 구호단이 빵과 물을 전달하기 위해 피난처에 들어가자 책임자가 “우리는 당장 버틸 식품이 있으니 더 필요한 곳에 가서 전달하라고 했다는 미담도 있다. 물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일본인들이 뒷사람을 생각해서 한병씩만 사갔다는 일화도 있다.

LA, 워싱턴, 시애틀에 이어 이제는 뉴욕사회에도 확진자가 나와 비상이 걸렸다. 사망자까지 나온 시애틀 한인사회는 벌써 패닉에 빠졌다는 보도도 나온다. 우리가 속히 위기에서 벗어나고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 하려면 서로 협동하며 공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벌써부터 한국식품점에는 비상시 필요한 쌀과 라면 등을 일부 사람들이 마구 사들여 갈 때마다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인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위기를 잘 극복한 예가 있다. IMF 외환위기때 나라의 파국을 막겠다며 온 국민이 나서 소유한 금을 기꺼이 내놓아 무사히 극복했다. 태안만에 기름유출 사건이 터졌을 때도 온 몸을 던져 만든 인간띠로 기름을 거둬내 바다오염을 막은 아름다운 사례도 있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고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이 위기를 어떻게 이기고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남을 생각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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