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투명 인간’(The Invisible Man) ★★★½ (5개 만점)
▶ 살인혐의 정신병자로 몰린 여인, 세실리아 역 모스 연기 뛰어나…리 와넬 감독의 심리 스릴러물
폭군적인 애인을 피해 달아난 세실리아는 애인이 투명인간이 되어 자기를 쫓는다며 공포에 시달린다.
겁난다. 무섭고 간이 졸아드는 공포감에 휩싸인다. 겁주는 것이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어서 보이는 사람보다 훨씬 더 무섭다.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온 엘리자베스 모스도 말했듯이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 앞에서는 무기력해지기 때문이다.
영화의 원작은 H. G. 웰즈의 동명 공상과학 공포소설이지만 제목만 빌려왔지 내용은 현대적인 것으로 독재적이요 폭군적인 애인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모질게 시달리는 여자의 문제를 다뤄 요즘 시의에도 맞는다. 소설은 1933년에 클로드 레인즈(‘카사블랑카’의 프랑스 경찰국장) 주연으로 만들어져 지금까지도 고전 걸작으로 남아 있다.
공포영화 전문인 리 와넬이 감독한 현대판 ‘투명 인간’은 시종일관 보는 사람을 긴장감에 가둔 채 음향과 카메라 동작과 배우들의 표정과 동작으로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들어 두려움이 주는 쾌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너무 유혈 폭력적이요 잔인해 비위가 상한다.
샌프란시스코의 건축가인 세실리아 캐스(모스)가 한 밤중에 교외의 외딴 곳에 있는 초현대식 집에서 몰래 빠져나와 대기하던 여동생 앨리스(해리엣 다이어)의 차를 타고 탈출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세실리아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자기를 강력히 통제하는 애인 에이드리안(올리버 잭슨-코엔이 인상적이다)으로부터 도망친 것.
세실리아는 어릴 때 친구로 10대 딸 시드니(스톰 라이드)를 둔 형사 제임스(알디스 하지)의 집에 머문다. 세실리아는 에이드리안이 자기를 추적할 것이라며 공포에 떨면서 두문불출한다. 그런데 광학계 개척자요 발명가로 거부인 에이드리안이 자살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그러나 세실리아는 이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에이드리안의 동생인 변호사가 세실리아를 찾아내 에이드리안이 세실리아에게 500만 달러의의 유산을 남겼다고 통보하면서야 세실리아는 에이드리안의 자살을 믿게 되나 아직도 의심을 말끔히 씻어내진 못했다. 세실리아가 유산을 받으려면 조건이 있다. 범죄를 저지르지 말 것과 정신적으로 정상적이어야 한다.
모처럼 평안을 찾은 세실리아에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덮고 자던 담요가 벗겨져 바닥에 떨어지고 보이지 않는데도 인기척이 난다. 세실리아는 여동생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에게 에이드리안이 투명인간이 되어 자기를 괴롭힌다고 주장하나 아무도 이를 믿지 않는다. 세실리아는 점차 과대망상증과 공포에 시달리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데 식당에 함께 간 여동생을 칼로 목을 베어 죽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다. 세실리아는 자기가 아니고 에이드리안이 범인이라고 호소하나 정신병자로 몰린다. 도망가던 쥐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쫓아오는 고양이에게 반격을 가한다는 듯이 세실리아는 영창을 탈출해 안 보이는 에이드리안을 상대로 대항한다.
모스가 시종일관 얻어터지고 넘어지고 달아나고 공포에 시달리느라 고생께나 하는데 어려운 투명인간을 상대하야 하는 연기를 아주 잘하면서 영화를 혼자 짊어지다시피 한다. 공상과학 공포영화요 느와르이자 히치콕 스타일도 가미한 오락영화로 손색이 없는 심리스릴러이다. R 등급. Universal.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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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