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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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나'를 아는 것

2020-02-19 (수) 정다연(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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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좋은 덕담처럼 들어왔던 말이 ‘나’를 열심히 채워 성인이 되었을 때 멋있는 인생을 살라는 것이었다. 나도 커가면서 점점 그런 인생을 원하게 되었고, 그리고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열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예전 좌우명이 ‘어떤 상황과 만남이든 마다하지 말고 다 부딪혀보자!’였다. 일도 공부도 사람들도 열심히 만나면서 경험으로 나를 채워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경험 속에서 뿌듯함도 느끼며 그렇게 스스로 만든 내가 ‘나’인 줄 알고 살아왔었다. 그런데 나는 ‘나’를 잘 몰랐었고 제대로 알아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었다. 분명 나도 싫어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 있었을 텐데 그저 추상적인 멋진 삶을 위해 분별없이 살아왔던 것이었다. 내 머리가 생각하는 나와 내 마음의 내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나에게 있어서 좋아하는 것과 관심 있어 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것저것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만 생각했었다.

어느 날 지인이 나에게 “음식 중에서 무엇을 가장 좋아하세요?”라고 물어왔다. 그런데 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나도 나를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냥 뭐.. 아무거나 잘 먹어요”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가볍게 넘길 수도 있는 대화였지만 나는 그날 유독 그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던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나’를 잘 모르고 있다고 깨닫게 된 계기였다.


어쩌면 우리는 지레짐작으로 스스로를 ‘나는 ○○을 좋아하는 사람이야/나는 ○○을 추구하는 사람이야’라고 결론을 내리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하자면 ‘당신이 알고 있는 ’나‘라는 존재가 진짜 ’나‘라고 확신하는가?’다. 우리는 그저 앞에 이뤄야 하는 목표의식만을 가지고 달리는 경주마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많이 말하고, 유행하는 줄임말이 있다. 바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나는 ‘소확행’이 나왔을 때 ‘사람들도 본연의 자신을 찾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때때로 내 머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진짜 ‘나’를 혹독하게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러한 목표는 이루고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진짜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바탕으로 목표를 세워 가고 있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인생이지 않을까 싶다.

<정다연(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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