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인의 저력

2020-02-14 (금)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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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아시아에 등장할 1등 국가는 바로 한국이며, 한국은 세계적 나비효과의 진원지다.”

미래학자인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시 하버드대 교수가 대한민국이 지닌 잠재력과 가능성을 예견한 진단이다. 그는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을 통해 “한국은 앞으로 국제사회의 전면적 주도권을 잡을 수 있으며, 시민의 행동을 통해 세계 역사의 방향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인 특유의 끈끈한 가족애와 지혜로운 기술, 전통적 사고, 세계로의 열린 관점 등이 바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코리안 드림의 중요한 바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세기 전과 비교해 보아도 지금 대한민국은 가히 혁명적으로 변화돼있다. 그 과정에서 겪은 1970년대 오일쇼크, 1997년의 외환위기(IMF), 2008년 발발한 미국의 금융위기 여파 등을 슬기롭게 넘기고 개인소득 3만달러 이상의 소득을 보일 정도로 저력 있는 나라로 성장 발전해 왔다. IT 최강국으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단일민족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다인종, 다문화의 열린사회가 되었다.


주목할 변화는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K-POP과 드라마, 영화계의 급속한 발전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아니다. ‘욕망과 에너지가 넘치는 역동적인 나라’로 바뀐 지 오래다.

가까운 예만 해도 방탄소년단(BTS)의 활동이 세계를 주름잡으면서 K-POP의 열기가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더니 이번에는 또 한국영화계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 터졌다. 바로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 ‘기생충(Parasite)‘이 백인들의 잔치무대인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 4관왕의 기록을 세운 것이다. 한국은 지금 모두가 벅찬 감격에 들떠있다. 2개월 넘게 불안과 공포로 몰고 갔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염려와 근심도 잠시 잊은 듯하다.

대한민국이 지닌 현재 브랜드 가치는 전세계 10위권에 올라있다. 이제 한국인이 제작한 영화문화 예술의 가치도 세계적 반열에 오르면서 당당하게 선진국의 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이번 소식에 해외에서 고생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한인들도 덩달아 신명나하고 있다. 모국이 잘되면 해외 한인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과 시선이 달라지고 한류상품으로 인해 생기는 경제적 효과도 훨씬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의 폐허 위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인의 잠재력은 어느 민족도 따라갈 수 없는 저력이다. 그 힘은 기아에서 허덕이던 한민족을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최고의 디지털국가의 수준으로 올라서게 만들었고 이제는 문화 예술분야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게 하였다.

이제 세계인은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으로 한국영화, 아니 한국, 한국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너도 나도 한국영화 ‘기생충’을 보러 가려고 벌써부터 난리고 그에 따라 한국문화, 한국예술, 한국상품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두말할 것도 없이 크다.

봉준호 감독은 한국영화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영화의 물줄기는 이제 더욱 빠르게 세계 속으로 흐를 것이다. 페스트라이시 교수의 말대로 한국이 세계적 나비효과의 진원지임을 확실하게 입증하는 결과이다.

인도를 지배했던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말하기를 “인도를 내줄지언정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내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만큼 셰익스피어가 미치는 영향력이 영국이 소유하고 있는 땅덩어리보다 더 막중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이런 보물 같은 인물이 각 분야마다 계속해서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번 ‘기생충’ 영화의 오스카상 수상은 모처럼 지루하고 우울하게 느껴지던 겨울을 신선하고 밝게 만든 낭보 중의 낭보이다.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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